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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김호광 칼럼] APEC과 FOMC, 가상화폐 시장의 '변곡점'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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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시작하며 '사천피' 초읽기와 위험자산의 변곡점

    지난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900선을 돌파하며 '사천피' 시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필두로 한 강세 랠리는 전통적인 고위험 테마주 선호 심리를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험자산의 한 축인 가상화폐 시장 역시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특히 이번 주 예정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글로벌 유동성과 정책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두 거대 이벤트가 가상화폐 시장의 중단기 향방을 어떻게 설정할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APEC 2025 경주-디지털 금융 제도화의 신호탄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지속가능한 내일 만들기: 연결, 혁신, 번영'을 공식 주제로 내걸며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

    제도화 기대감과 신뢰도 상승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이 회의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육성 의지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대형 거래소인 두나무(업비트 운영사)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 역시 상징적이다. 이는 가상화폐가 단순한 '투기'가 아닌 '혁신 금융 인프라'로서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계기를 마련하며, 산업의 신뢰도와 정책적 정당성을 한층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미중 갈등 완화의 파급효과

    APEC 계기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무역 갈등 완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역 긴장이 완화되면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이는 위험자산 전반을 강세로 이끌어 가상화폐 시장의 반등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

    핵심 리스크

    다만, APEC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회의가 실질적인 정책 합의보다는 상징적인 선언에 그칠 경우, 형성되었던 기대감이 빠르게 소멸하며 시장에 되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FOMC-시장 유동성과 달러 약세의 조합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이목은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FOMC 정책 회의에 집중되어 있다.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연준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와 위험자산 선호

    미국의 물가 상승률 완화와 고용 지표 약화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금리가 인하되면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고 대출 비용이 감소하여,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활성화된다. 이는 나스닥과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진 가상화폐 시장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달러 약세와 비트코인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 가치를 약화시킨다. 달러 약세는 달러 대비 가격이 결정되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의 명목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연준의 선택에 따른 리스크

    만약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더 오래 높게(Higher for Longer)' 기조를 유지한다면, 시장은 큰 실망감에 빠질 것이다. 이 경우 달러 강세가 재현되고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매도 압력이 강화되어, 가상화폐 시장도 단기적인 조정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나리오별 가상화폐의 향방

    이번 주 APEC과 FOMC는 가상화폐 시장의 단기적 방향을 가를 중요한 시금석이다. 두 이벤트의 결과를 조합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고의 시나리오'(FOMC 금리 인하 + APEC 실질 합의)

    유동성 증가와 디지털 금융 혁신에 대한 심리 개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가상화폐 시장은 강력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최근 9% 이상 조정을 받은 비트코인에게는 기술적 반등 요인까지 더해져 유의미한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신중한 낙관' 시나리오(FOMC 금리 인하 또는 APEC 성과 중 하나)

    두 이벤트 중 하나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시장은 한계 상승 또는 횡보세를 보일 것이다. 유동성에 힘입은 반등이 있더라도 그 지속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악재' 시나리오(FOMC 금리 동결 + APEC 성과 부재)

    두 이벤트 모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하락 압력과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무역 갈등 심화 우려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성장 우려가 모든 위험자산을 흔들 수 있다.

    맺으며,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기

    가상화폐 시장은 이제 나스닥과의 동조화가 뚜렷 해지면서 전통 금융 시장의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APEC과 FOMC라는 이벤트에 쏠리는 관심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발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한 단기 이벤트 트레이딩에 매몰되기보다, 이번 두 이벤트를 통해 드러나는 중장기적인 경제와 정책의 방향성, 디지털 전환 가속화, 통화 정책 전환기의 본격화 흐름을 읽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주는 그러한 큰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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