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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참사 상담 뒤 치료 연계 1% 불과…"장기간 국가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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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골목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 시민들이 남겨놓은 글귀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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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진행한 심리상담 7000여건 중 치료와 관리로 이어진 사례가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발생 1년 후 모니터링을 끝으로 추적 관리를 종료한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기간을 몇 달, 몇 년 단위로 단정할 수 없다"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가 관리 체계 필요성을 강조한다.

    28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운영한 통합심리지원단의 상담 7590건 중 치료·관리 연계 사례는 88건(1.2%)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벌어진 다른 대형 재난의 경우에도 치료·관리 연계 비율이 10%를 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발생한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의 경우 심리상담 인원 1034명 중 치료·관리 연계 인원은 64명(6.4%)에 불과했다. 12·29 무안공항 참사에서는 연계 비율이 14.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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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트라우마센터 '통합심리지원단' 재난경험자 상담-치료·관리 연계 비율. /그래픽=이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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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로 이어지면 '비용 장벽'… 장기 관리 사각지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찾은 재난 경험자는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지원받는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상담 횟수나 기간에는 제한이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센터는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개입이 필요할 경우 정신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치료를 진행한다.

    다만 치료 비용은 재난 경험자가 지불해야 하는 점은 장기 치료에 대한 부담을 더한다. 12·29여객기참사지원법과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 같은 특별법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의료비를 지원받는 경우가 있지만 재난과 질병 인과성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를 발급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난 경험자의 심리적 요인도 장기 치료 진입 문턱을 높인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주변 사람이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면 '내가 정신적으로 힘드니 상담받겠다'는 의사를 선뜻 밝히기가 어렵다"며 "유가족과 생존자는 죄책감을 느끼고 트라우마 영향을 부정하는 반응도 크게 보여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추적 조사가 멈추면 치료와 상담 진행은 재난 경험자 개인의 의지에 좌우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발생 후 특정 기간에 '기념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6개월, 12개월 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추적 조사를 종료하고 있다.


    "감기처럼 낫지 않아"… 치료·상담 인력 보강 과제

    전문가들은 재난 트라우마 대응이 지속적이고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 전문의는 "트라우마 치유 기간을 몇 개월, 몇 년으로 한정 짓는 것은 트라우마에 대해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상담뿐만 아니라 유가족 그룹 운영, 치료 지원 등 재난 경험자를 혼자 두지 않고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정부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장기 추적관리가 제도화돼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큰 피해를 본 지역에 코코로케어 센터(마음케어 센터)를 설립하고 중앙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10년 넘게 추적 관리를 이어간다. 미국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트라우마 치료 기간에 제약을 두지 않고 장기간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홍민하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형 재난 트라우마는 특히 개인의 의지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한다"며 "감기처럼 짧게 치료해 회복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트라우마 인원은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인력 등을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정우 기자 vanill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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