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기념 공예전 '공생' 참여…"경주 정착한 덕분에 31년간 작품 활동"
물레 버리고 현대적 양식 도입…"기술 좋아지면 창작 긴장감 사라져"
공예전 '공생'에 전시된 윤광조의 작품들 |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 30년 넘도록 경주의 산과 바람을 작품에 녹여왔어요."
1994년 경주에 정착해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청사기의 대가' 윤광조(79) 도예가에게 이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경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윤 도예가가 27일 경주 지역문화공간인 하우스오브초이에서 개막한 공예전 '공생'에 참여한 것도 '제2의 고향'인 경주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8일 전시관에서 만난 윤 도예가는 "사람들을 피해 경기 광주를 떠나 경주에 정착했고, 그 덕에 31년 동안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이번에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공예전 '공생'에 전시된 윤광조의 작품 |
대영박물관과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윤 도예가의 작품은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물레를 돌려 만든 둥근 형태의 도자기가 아니다. 그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물레로 도자기를 만드는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 현대적 양식을 도입한 각진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어 오고 있다. 물레라는 도구를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 것이 예술가의 창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출품한 작품 7점 중 물레를 이용해 만든 작품은 1점에 불과하다.
윤 도예가는 "기술이 좋아지고 만드는 양이 많아지면 예술가는 정신적으로 해이해져 긴장감이 없어진다"며 "늘 새로운 자세가 필요한 예술가에게 창작의 긴장감이 없다는 건 아주 고약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예전 '공생'에 전시된 윤광조의 작품 |
창작의 긴장감을 되찾는 방법을 고민하며 방황하던 윤 도예가는 괴로운 마음에 절을 찾았고, 거기서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관습처럼 해왔던 기술을 버리고 도예의 원형에 충실해지라는 부처의 가르침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찾은 지리산 상원사의 스님이 머리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몸으로 접근해보라며 3만배를 권유했다"며 "10일 동안 매일 3천배씩 3만배를 채우고, 이틀간 1만배를 더했더니 머리가 맑아지고 답을 찾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해답이 바로 '물레를 버려라'는 깨달음이었다고 한다.
도예가 윤광조 |
'물레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그가 물레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레를 버려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물레라는 물질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윤 도예가는 "물레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며 "지금은 내가 쓰는 그릇을 만들 때만 물레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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