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인근 광장서 문화제…유족 "가족 잃었다 말할 자리 많지 않아"
희생자 이름 한 명씩 부르기도…오전엔 참사 이후 첫 정부 주최 추모행사
29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 낭독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2025.10.29/뉴스1 김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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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훈 유채연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사고가 발생한 골목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참사 유가족들과 추모객은 문화제를 열고, 먼저 떠난 이들을 기억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낭독문화제 '소리내어'가 열렸다.
유족들은 참사 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故) 진세은 씨 사촌 언니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예람 씨는 "유가족으로서 유가족임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이런 추모제에서 말할 수 있을 때, 세은이의 이름을 말하고 같이 슬퍼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사로 조카 이상은 씨를 잃은 박민하 씨는 "1주기와 2주기 때 느낀 슬픔이나 올해 여전히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슬픔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 씨는 조카를 향해 쓴 추모사를 읽은 뒤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외쳤다. 자리를 함께 지키던 유족과 일부 시민이 이를 따라 말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유족뿐만 아니라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준비된 50여 석의 자리가 가득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주변에서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골목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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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가 열리기 전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40m 남짓한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말을 담은 메모장이 100장 넘게 빼곡히 붙었다. 시민들은 "점점 희미해지는 죽음이 아니라 기억하고 고민하겠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골목 한쪽에는 추모를 위한 국화꽃이 바구니에 놓여있어, 시민들은 한송이씩 헌화한 뒤 희생자들을 기리며 고개를 숙인 채 묵념했다.
시민들은 참사 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날을 잊지 못한다며 참사 현장을 방문한 이유를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김봉철 씨(66)는 "3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올 수 있다"며 "그간 뉴스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지, 한 번도 오지 못해 죄책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용산구 주민 김 모 씨(40대)는 "유족들의 마음을 얼마나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을 잃는다는 건…"이라고 말하다 울먹였다.
참사 당일 이태원을 방문한 생존자도 골목을 다시 찾았다. 사고가 벌어진 골목 바로 위에 있었다는 권 모 씨(30대)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빠져나왔다"며 "유가족들께 죄송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훌쩍이며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 씨는 "미리 대응했다면 한 명이라도 덜 희생됐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사람이 죽어야 바뀌기보다 다 같이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서울시, 행정안전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이번 기억식은 이태원 참사 이후 3년 만인 이날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함께 개최한 공식 추모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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