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에 있는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에서 짓도록 하겠다는 계획인데,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관련 건조 시설이 없다. 시설을 구비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원자력 협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군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핵추진 잠수함이 만들어지면)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이 추진되면 5000t(톤)급 이상, 20% 이하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열린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진수를 축하하고 있다. /해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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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전력화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필리조선소에는 330m×45m 규모인 독(Dock·선박 건조 공간)만 2개 있고 방사선 점검 장비나 잠수함을 가릴 차폐 시설 등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 적이 없어 자재를 미국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원자로 기술도 확인해야 해 시설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필요하다. 지난 2015년 개정돼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원자력 협정에는 ‘군사적 적용 금지’ 조항이 있다. 협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목적 배제’ 항목을 제외하거나, 한·미 정부가 군용 핵연료와 관련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협정을 개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화는 핵추진 잠수함을 위한 한·미 정부의 추후 협의를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으로 확대하기 위해 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여부에 따라 투자 방향이 달라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미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며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추진 잠수함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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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10년 내에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감에 출석해 ‘장보고-Ⅲ 배치-Ⅲ 건조가 언제 시작되느냐’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착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이 나더라도 10여 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건조 완료 시점은)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국감에 출석해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통상 10년 정도 걸리지만, 국내 역량을 통합하면 조금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미 확보한 것이냐는 질의에는 “미래를 위해 기술을 준비해 왔고, 이런 기술을 통해 빠른 시간 내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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