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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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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家 3대 초상 그린 극사실주의 대가…구자승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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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물화·인물화 등 신작 포함 50여 점…인사동 선화랑

    연합뉴스

    구자승 2022년 작 '그리움'
    [선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햇살에 반사돼 눈부시게 찬란한 빛을 띠는 꽃들, 계절의 숨결과 태양을 머금은 탐스러운 과일들, 빛을 받은 유리병과 드리워진 그림자. 아름다운 한 장면이지만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고 썩고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한국 극사실주의 대표 작가 구자승(84)의 손을 타고 화면에 담기면 꽃은 시들지 않고, 과일은 썩지 않으며 빛과 그림자는 멈춘다. 순간의 아름다움이 영원으로 전환하는 사건이다.

    시간을 끊고 영원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구자승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최근작 중심으로 정물화, 인물화, 드로잉 등 50여 점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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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승 2024년 작 '타자기 있는 정물'
    [선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꽃과 과일부터 메마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바랜 주전자, 비워진 술병, 오래된 사진 등 일상의 사물들을 배치하고 빛을 투영해 화면 속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극도로 사실적인 정물화는 절제된 화면과 밝은 색감, 짙은 배경을 통해 차갑게 표현된다. 관람객은 그 앞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사물의 본질을 응시하게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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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승 작가와 그의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구자승 작가가 지난 29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30. laecorp@yna.co.kr


    그의 정물화는 단순히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이 아니다. 직접 기물을 선택해 배치한 뒤 흠이 있거나 망가진 부분이 있더라도 그림 속에서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린다.

    작가는 "유한한 오브제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한 공간 속에 담는 작업"이라며 "가장 깨끗하고 온전한 것으로 표현돼 새로운 힘을 잉태하도록 그림 속에서 치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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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승 2024년 작 '양머리 있는 정물'
    [선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정물화뿐 아니라 인물화로도 유명하다. 삼성가(家)의 의뢰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부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3대 초상화를 모두 그렸다.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상화도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도 누드화를 비롯해 여러 점의 인물화를 선보인다.

    그는 "인물화처럼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 없다"며 "정면보다는 옆모습에 선이 더 많이 보여, 옆모습을 많이 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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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승 2017년 작 '긴 쇼파에 앉은 여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구자승 개인전에 걸린 2017년 작 '긴 쇼파에 앉은 여인'. 2025.10.30. laecorp@yna.co.kr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온타리오예술디자인대학교(OCAD)를 거쳐 상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2017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28회의 개인전과 18회의 부부전을 개최했다. 그의 아내는 서양화가 장지원으로, 근대 조각 거장 권진규의 대표작 '지원의 얼굴'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그는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제 조형예술상, 오지호미술상, 옥조근정훈장, 2010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미술부문상 등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김환기미술관, 프랑스 쇼몽시립미술관, 청와대, 한국은행, 삼성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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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승 2023년 작 '기다림'
    [선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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