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올해 두 번째 인하 뒤에도 ‘데이터 의존’ 원칙 재확인
소비는 견조하지만 고용 둔화…위원회 내부 온도차 드러나
QT 종료로 완화 기대 커지지만, 연준은 아직 브레이크 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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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12월 금리인하 기정 사실 아니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내에서도 의견차가 크다”며 “다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향후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 아니다( far from it)”라며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차단했다.
이번 발언은 연준 내부의 미묘한 균열을 드러낸다.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일부 위원은 추가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며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최근 “노동시장이 이미 약화 국면에 들어섰으며, 정책 대응이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관세와 공급망 요인이 가격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를 금리로 상쇄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하다”며 물가안정 쪽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엇갈린 반대표가 나왔다. 슈미드 총재는 금리 동결을,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더 큰 폭의 인하를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위원회 일각에서는 지금이 한 발 물러서 다음 단계를 지켜볼 시점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혹은 우리가 보고 있는 강한 성장세가 진짜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주식시장 상승세가 소비를 지탱하는 반면, 고용은 빠르게 둔화 중이다. 연준은 지난해 1%포인트, 올해 들어 추가로 0.5%포인트 금리를 내렸지만, 최근 고용지표는 사실상 ‘제로 성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월은 “일부 통계로 보면 신규 고용이 거의 멈춘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연준 내부에서 ‘노동시장 방어 vs 인플레이션 경계’라는 두 시각이 맞서면서, 다음 금리 결정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위원은 “이번이 잠시 멈춰 숨 고를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윌리엄 잉글리시 전 연준 선임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비 데이터는 여전히 양호하지만, 노동시장은 급격히 식고 있다”며 “두 지표가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 연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의 방향을 확정짓기보다, 상황을 점검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인하 속도를 늦추고, 반대로 고용이 더 악화되면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월가 12월 금리인하 기대 여전…속도조절 기류엔 주목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 안정과 경기 둔화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시장이 앞서가는 기대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지만, 이미 두 차례 금리 인하와 오는 12월 양적긴축(QT) 중단이 예고되면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완화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예상밖의 ‘매파성 발언’에도 이날 나스닥 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결국 12월에도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 다만 이번 정책결정이 보여준 ‘속도조절 기류’를 주목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파월의 신중한 발언은 시장의 기대를 조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는 “두 명의 상반된 소수의견은 놀랍지 않다”며 “12월 25bp 인하 전망을 유지하지만, 실제 인하가 단행되기 위한 문턱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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