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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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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전 COO가 강조한 조직의 뼈대…사람·의사소통·운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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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스케일링 피플'

    뉴스1

    [신간] '스케일링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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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조직이 커질수록 리더는 방향을 잃기 쉽니다. 구글과 스트라이프의 전 COO 클레어 휴스 존슨이 성장기의 혼란을 구조로 바꾸는 '스케일링 피플'을 펴냈다.

    구글의 조직이 100명에서 1만 명으로 성장하던 시절, 그리고 스타트업 스트라이프가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던 시절. 클레어 휴스 존슨은 두 회사의 '운영 DNA'를 만든 주역이었다.

    신간 '스케일링 피플'은 그녀가 17년간의 실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운영 매뉴얼이자 리더십 사전'이다. 아이디어보다 시스템, 카리스마보다 구조, 영감보다 반복 가능한 절차. 존슨은 '사람·의사소통·운영·문화'라는 네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저자는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성과는 제자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리더는 언제나 바쁘지만, 일이 굴러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저자는 이 현상을 '운영의 언어 부재'로 해석한다. 즉, 리더는 방향을 말하지만, 조직은 절차를 묻는다.

    첫 장에서 제시되는 운영 원칙은 네 가지다. 자기 인식, 어려운 대화의 건설적 수행, 관리와 리더십의 구분, 그리고 전사 공통 운영 시스템의 구축. 저자는 이 네 가지를 '조직의 메트로놈'이라고 부른다.

    리더는 음악가처럼 조직의 박자를 설정해야 한다는 비유다. "왜 이 사업을 하는가,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어떤 주기로 점검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책은 실제 운영 도구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창립 문서 작성법, 운영 주기 설정표, 목표 관리 템플릿(OKR), 회의 어젠다 설계법, 피드백 루틴, 온보딩 루브릭까지 조직의 뼈대를 만드는 절차가 단계별로 제시된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매뉴얼과 워크북이 결합된 실용서다.

    구글에서 도입된 OKR(Objective and Key Results, 목표와 핵심결과)의 사례는 이 책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저자는 "경영진이 한 방에 모여 우선순위를 조정하느라 OKR이 자주 지연됐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그 지연이 무능의 신호가 아니라, 진지한 의사결정의 비용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얀 연기가 오를 때까지 토론을 밀어붙이는 집요함이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채용과 온보딩이다. "빨리 뽑되 제대로 판별하라"는 원칙 아래, 공고 문장부터 면접 루브릭, 평가 양식, 레퍼런스 체크, 오퍼와 온보딩까지 모든 단계를 점검 항목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스트라이프에서 겪은 실제 사례도 들려준다. 지인을 추천받아 면접을 진행했지만, 45분 동안 철저히 검증했다고 회고한다. "추천이 곧 적합의 보증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리더가 인재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을 제시한다. "이 사람은 우리 조직의 리듬에 맞춰 연주할 수 있는가?"

    세 번째 축은 팀 설계다. 저자는 "좋은 사람 = 좋은 팀"이라는 공식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오히려 "좋은 시스템이 좋은 사람을 오래 좋은 팀으로 묶는다"는 철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썩은 생선은 빨리 꺼내야 냄새가 퍼지지 않는다'는 비유로 '어려운 대화'를 회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회의는 의례가 아니라 결정의 엔진이며, 어젠다 설계·발언 순서·결론 기록·후속 조치까지 형식이 결과를 지배한다.

    네 번째 축은 피드백과 성과 관리다. 저자는 "성과는 평가표가 아니라 동기부여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어느 회의에서 부하 직원이 긴장해 보였다고 직설적으로 피드백했다가 방어적 반응을 마주한 경험을 들려준다. 이후 그는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로 시작해 구체적 관찰을 근거로 대화를 설계했다. 저자는 '사실→해석→영향→요청'의 4단계 대화 구조를 제안한다.

    후반부는 변화 관리의 시간을 다룬다.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의 비유처럼 조직이 준비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가져와도 실패한다. 운영의 미덕은 '견디는 속도'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문제가 생겼는가, 해결책이 필요한가, 그리고 창업자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가. 이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조직은 생물과 같기 때문에 어떤 뼈대를 세우느냐에 따라 이후의 움직임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스케일링 피플'은 그 뼈대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 스케일링 피플/ 클레어 휴스 존슨 지음/ 이길상·고영훈 옮김/ 세종서적/ 2만 3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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