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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美국방장관 "역내 유사시 주한미군 유연성, 의심 여지 없어…한국은 재래식 방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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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 차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4일 주한미군의 주된 임무는 “북한으로부터의 동맹 방어”라면서도 “역내 유사시에 대한 유연성을 갖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 및 규모 조정을 검토 중인 가운데 주한미군도 그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어떤 위협이든 대응해야”



    중앙일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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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오전 안규백 장관과 SCM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위협들에 대비하고 있으며, 한·미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여기에도 대비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는 대북 방어에서 대중 견제 역할로 주한미군의 대응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미 동맹의 범위가 한반도 바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SCM에 앞서 전날 개최된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결과 자료에선 양국 합참의장이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서며(beyond) 역내 억지력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는 대목이 처음 명시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안 장관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위협들(threats)을 직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동맹을 현대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위협들’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역내 안보 위협에 두루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릴 여지가 있다.

    그가 “한국이 한반도에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북 방어는 주로 한국에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투입하는 걸 검토하는 미 측 구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대만 해협 등으로 확장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SCM에선 상견례 성격도 있는 만큼 이런 의견 차이가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헤그세스 장관도 “이번 회의에서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우리는 이전처럼 핵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기 위해 동맹의 편에 서 있다”는 공약도 명확히 했다.

    앞서 양 측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약 4시간에 걸쳐 진행한 고위급 회의와 확대 회의에서는 이를 포함한 동맹 현대화 방안이 전반적으로 다뤄졌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합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SCM 의 공동 성명 발표도 미뤄졌다. SCM은 한·미 국방 당국 간 최고 협의체로,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론 이번이 처음이다.



    美, 국방비 3.5% 증액 요구



    중앙일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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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에서는 한국의 국방비 지출 인상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에 요구한 ‘GDP 대비 5%룰’를 한국에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토는 이를 ‘직접 국방비 3.5%+간접 투자 1.5%’로 충족할 계획이다.

    한국은 나토보다 다소 유리한 입장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자체 계획만으로도 3.5%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올해 국방 예산 증액 기조인 연 8%대 성장을 유지한다면, 2035년까지 GDP 대비 3.5%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장관도 이런 의견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삼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SCM에선 내년도 SCM에서 미래연합사의 3단계 평가·검증 가운데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승인하자는 데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내년도 SCM에서 2단계 검증을 승인할 경우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목표 연도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헤그세스 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은 한·미동맹이 한 단계 더 심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도 전작권 ‘회복’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과 수상·수중전 (함정)협력”



    헤그세스 장관은 또 미국이 구축함 등 수상함 뿐 아니라 잠수함 건조도 한국에 맡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점은 한국의 조선 산업은 세계적 수준이며, 우리는 수상함전이든 잠수함전이든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한다”면서 “많은 합의가 있을 것이며 양국 모두에 상호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를 제안한 뒤 필리조선소에서 미 군함 건조를 한국이 맡겠다는 점을 밝혔는데, 미 국방 당국의 수장도 이를 공식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 MRO 협력이 “지상 장비까지 확대 중“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미 육군의 기동헬기 ‘CH-47(시누크)’ 엔진 정비 등을 한국 방산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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