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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꺼지며 달러 강세 흐름이 강화된 데다, 엔저 현상까지 겹쳐 원화 절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외인의 매도 폭탄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환율의 상승을 방어하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졌다. 연간 200억달러의 대미 투자까지 앞둔 상황에서 복합 리스크 확대로 외환 시장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5.6원 높은 1443.5원으로 개장했다. 이후에도 환율은 계속 올라 장 초반 1446.3원까지 치솟았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 강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까지만 해도 97.91이었던 미 달러화 지수(달러 인덱스·DXY)는 10월 말 99.53으로 뛰었고, 이날은 전일보다 0.41% 오른 100.21 수준을 기록하면서 100을 상회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하게 식은 이유가 주효했다.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69.0%로 반영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이 확률은 90.5%에 달했다. 이에 내년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단기 자금경색이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조정 압력’ 보고서에서 “2026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확률은 24.8%에 불과하다”며 “금리 동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엔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달러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6개의 주요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로 측정한다. 즉, 6개의 통화의 가치 하락은 직접적인 달러 가치 상승 요인이다.
그런데 최근 엔화의 절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은에 따르면 엔화는 10월 중 달러화 대비 3.6%나 절하됐다. 엔화보다는 덜하지만 파운드화(-2.1%)나 유로(-1.4%)도 절하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엔화는 전통적으로 원화와 동조성이 있는 통화다. 엔저로 인한 강달러 자체도 환율 상승 요인이지만 엔화가 빠지면서 원화가 덩달아 빠질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연구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이 약화되면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파운드화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환율을 방어했던 국내 주식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로 출발했다. 폭락의 원인은 4543억원 순매도한 외국인이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280억원어치 순매도해 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외인은 국내 주식을 매수하며 원화의 실수요를 지켜왔는데, 전 거래일부터는 정반대의 형태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 밸류에이션 논란 속 위험자산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와 위험통화인 원화 약세 부담이 커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단기적으로 상승 재료에 민감한 환율의 비대칭적 움직임이 계속되며 상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대미투자도 전반적인 환율의 수위를 올리는 요인으로 지속 작용할 수 있다. 3500억달러 선불 투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단기 변동성은 줄었지만, 연간 200억달러씩 10년 동안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운용수익으로 이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미투자가 없었다면 외환보유액으로 쌓을 수 있었던 자금이 국내에서 사라진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능력이 일부나마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태화·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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