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의 문학 '서울역 눈사람'·음악 에세이 '엇박자의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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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두려움이란 말 따위 =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악명높은 마약 카르텔을 직접 추적한 어머니의 실화를 담은 범죄 르포르타주다.
2014년 1월 멕시코에서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딸 카렌이 마약 카르텔 세타스 일당에 납치된다. 미리암 가족은 지시에 순순히 따르고 거액의 몸값도 지불했으나 세타스는 카렌의 생사마저 알려주지 않았고, 부패하고 무능한 수사 당국은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다.
평범한 중년 여성인 미리암은 결국 딸을 납치하는 데 연루된 모든 용의자를 직접 추적하기 시작한다. 미리암의 활약으로 2년 만에 용의자 6명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4명이 해병대에 의해 사살된다.
뉴욕타임스의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이며 올해 퓰리처상 해설 보도 부문 수상자인 아잠 아흐메드는 미리암의 행보를 확인하기 위해 4년 동안 관련 인물들을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하고 사건 기록을 수집했다.
미리암의 강인한 의지는 감탄스럽지만, 이처럼 피해자 가족이 직접 위험을 무릅써야만 하는 멕시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동아시아.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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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눈사람 = 성프란시스대학 편집위원회 엮음.
자활하려는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꾸려진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2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문집으로, 지난 1년 동안 노숙인들이 쓴 시와 산문,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엮었다.
차가운 거리의 바람을 맞으며 걸어온 노숙인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표제작은 노숙인들이 서울역에서 느끼는 감상을 담은 한명희 씨의 시다.
"눈이 내리고 / 소복이 쌓이면 생겨나는 / 서울역 눈사람 // 스스로 만들어 놓고 / 덩그러니 놓아버린 / 눈으로 된 사람 // 아침이 오기만을 /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만을 / 밤새 기다리는 / 사람으로 된 눈" (시 '서울역 눈사람'에서)
수록된 글들은 다소 투박하지만,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관찰자의 개입 없이 생생한 목소리로 표현해 진정성이 느껴진다.
성프란시스대학 편집위원회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운동선수가 아무리 기술을 익혀봐야 소용없는 법. 거리 노숙인은 마음과 정신의 체력이 바닥나 생의 의지라는 삶의 근력이 죄다 빠진 사람"이라며 "다시 일어서려면 무엇보다 생의 의지에 대한 근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인.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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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박자의 마디 = 내털리 호지스 지음. 송예슬 옮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미국 작가 내털리 호지스의 첫 에세이로, 과거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느낀 감상을 담았다.
작가는 다섯 살에 어머니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시작해 두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열여섯 살에 참가한 음악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은 주말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다니고 평일에는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이에 작가는 높은 벽을 마주한다.
이후 호지스는 새벽까지 연습을 거듭하며 악착같이 노력하지만, 결국 무대공포증 때문에 20년 가까이 해왔던 음악을 그만둔다.
이 같은 삶을 관조한 이번 에세이는 음악을 향한 사랑을 탁월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전미도서상 1차 후보(롱리스트),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호지스는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엇박자의 마디'는 클래식 음악과 시간 지각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의 삶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경험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문학동네. 25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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