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서 개인전…'카프리초스'와 '야상곡' 연작 10점 선보여
'카프리초스'에선 인간의 폭력을, '야상곡'에선 밤의 낭만 그려내
래리 피트먼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 전시 전경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캔버스를 가득 채운 밀도 높은 장면 속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뒤엉키는 소동을 그려내는 래리 피트먼(73)의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카프리초스'(Caprichos) 연작과 '야상곡'(Nocturne) 연작 등 모두 10점으로 구성됐다.
래리 피트먼 작 '카프리초스 #5' |
카프리초스 연작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18세기 말 동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고야의 로스 카프리초스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사회의 부조리를 부각하며 시대 비판 의식을 압축적으로 묘사한 판화집이다.
작가는 그림 위에 신체, 고통, 죽음을 다룬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를 새겨 넣었다.
'카프리초스 #5'는 화면 가운데 폭탄이 떨어지고 노란 얼굴의 사람들이 절규하는 듯한 혼란을 담고 있다. 그 위에는 디킨슨의 시 '재는 불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Ashes denote that Fire was)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사라진 존재의 흔적과 존엄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래리 피트먼 작 '카프리초스 #8' |
'카프리초스 #8'은 번개 모양의 절단선, 파편화된 인물, 작은 별빛이 뒤섞인 밤하늘, 가면 같은 얼굴, 뒤틀린 신체 등으로 이뤄진 그림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미국 남북전쟁의 참상을 다룬 디킨슨의 시 '그들은 눈송이처럼 떨어졌다'(They Dropped Like Flakes)의 시구들이 적혀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10년 전에 그렸던 작품들"이라며 "그때도 전 세계가 갈등을 빚고 주요 국가들은 우경화되는 상황이어서 이런 작품을 그렸는데 여전히 (작품의 메시지가) 유효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래리 피트먼 작 '야상곡 #1' |
카프리초스 연작이 다소 어둡고 인간의 폭력에 대한 이미지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면 야상곡 연작에서는 밤을 주제로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그려냈다. 또 공백을 둬 시각적 여유와 호흡의 공간을 확보했다.
작가는 "낮에는 일에 몰두하지만, 밤에는 일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낀다"며 "밤의 자유로움을 우주에서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야상곡 #1'은 짙은 어둠 속에서 폭발하듯 번지는 색채와 형상이 뒤엉켜,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흔들리는 초현실적 작품이다. 화면 상단 구석에 쓰여 있는 'PA'와 'MA'는 스페인어로 각각 아빠, 엄마를 의미한다.
'야상곡 #9'에서는 정교한 문양의 흰색 인물이 거꾸로 우주에 떠 있고, 주위를 감도는 빛의 구와 안개 낀 은하수 같은 형태가 검은 배경 위에서 빛난다.
래리 피트먼 작 '야상곡 #9' |
작가는 "카프리초스와 야상곡 연작을 같은 시기에 만들었다"며 "카프리초스 작업을 하면 마음이 힘들어 탈진하지만, 야상곡 작업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본성, 정치사와 신화, 공예와 미술사 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상징을 화면 가득 풍부하고 정교하게 배치하는 작업을 한다.
피트먼의 작품은 뉴욕 휘트니미술관,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워싱턴DC 국립미술관,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전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래리 피트먼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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