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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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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보면 추상 가까이보면 복잡다단한 구상…김훈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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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위에 펼쳐진 질서와 혼돈…색의 충돌로 그린 시대의 우화

    연합뉴스

    김훈규 개인전 '더 프레이어스'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멀리서 보면 화면 가득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빽빽하게 이야기가 들어차 있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김훈규(39)의 개인전 '더 프레이어스'(The Prayers)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제작된 회화 13점과 드로잉 4점 등 총 17점이 출품됐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비단 위에 색을 올리는 동양화의 전통 기법인 '비단채색'을 사용한다. 그러나 화면 속 캐릭터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며 동서양 시각 언어가 뒤섞인 회화 세계를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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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규 작 '옐로위시 블루 2025' 중 일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 전시 중인 김훈규 작 '옐로위시 블루 2025' 중 일부 장면. 2025.11.8. laecorp@yna.co.kr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돼지, 토끼, 쥐, 고양이 등 동물들이 우화처럼 등장한다.

    화면 속 동물들은 뒤엉켜 싸우거나 제사를 지내고, 무언가를 파괴하는 등 혼돈의 한가운데 있다. 이들은 하나의 신념 체계 안에서 반대편과 충돌하고 균열을 드러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색이 부딪히고 충돌하면서 멀리서 보면 추상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복잡한 구상이 드러나도록 표현하고 싶었다"며 "종교와 세속, 질서와 혼돈, 안과 밖 등 상반되는 두 가지를 한 화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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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규 작 '더 블루 2024'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 전시 중인 김훈규 작 '더 블루 2024'. 2025.11.8. laecorp@yna.co.kr


    전시장 2층에 걸린 '더 블루 2024'(The Blue 2024)는 이번 전시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이 두 색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제목처럼 파란색을 중심으로 그렸다.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화면 중앙에 자리하고, 프랑스의 상징 동물인 수탉들이 파란색으로 표현돼 화면 곳곳을 날뛰고 있다. 또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뒤엉킨 혼란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작가는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라고 한다면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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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규 작 '블루이시 레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 전시 중인 김훈규 작 '블루이시 레드 2025'. 2025.11.8. laecorp@yna.co.kr


    '더 블루 2024'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한국이 배경이다.

    '블루이시 레드 2025'(Bluish Red 2025)는 붉은색이 주도를 이루고 파란색이 군데군데 들어가 대비를 일으킨다.

    붉은색 가재들이 춤을 추듯 있고 붉은 교회당 첨탑이 들어서 있다. 예배를 드리는 동물들도 있고 태극기를 흔들며 집회에 나선 동물들도 있다. 작품 속 동물들의 눈은 광신도의 눈처럼 각성해 있다. 공포 속에서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좋은 작품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시대정신은 정치성의 회복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정치성이 상실되고 종교화되는 것 같다. 자기가 속한 정치 세력만 남으면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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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규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김훈규 작가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1.8. laecorp@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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