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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익숙한 그 이름…아버지·동생 정치인인데 홀로 배우 활동하는 형 고이즈미[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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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정치인 가문에서 홀로 배우로 성장

    드라마·예능 골고루 출연

    방송계 "동생 총리 됐으면 방송 제대로 못 했을 것" 안도

    아시아경제

    모리나가 유업 CF에 출연한 고이즈미 고타로. 모리나가 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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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본 총리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본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펀쿨섹좌'로 이름을 알린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리 당선엔 실패했지만, 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 격인 방위상에 임명되기까지 했는데요.

    이번 소식에 일본 언론과 방송계가 주목한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이즈미 방위상의 형,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입니다. 아버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동생은 방위상인데 본인은 배우로 활동 중이죠. 정치인 가문이라는 후광에 기대지 않고 활동해 호감도도 높은데요. 일본 방송계는 동생이 총리가 되면 형이 방송을 꺼리는 일이 많아질까 봐, 당선 실패 소식에 안도했을 정도라고 해요. 오늘은 고이즈미 고타로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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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즈미 고타로의 동생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환경상이 총재 후보 출마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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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 아들' 타이틀에…주위 관심은 부담
    고이즈미 고타로는 1978년, 유서 깊은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납니다. 일본은 정치인들이 자식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면서 세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타로의 집안도 고조할아버지가 중의원 부의장, 할아버지는 방위상, 아버지는 전 총리죠. 당연히 집에 일본의 거물들이 들락날락했고, 주변에선 두 아들이 지역구를 이어받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작 아버지는 아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고 해요. 장남인 고타로는 학창 시절 정치인보다 야구선수가 되겠다며 야구를 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음 정계 입문은 네 차례란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야구선수의 꿈은 디스크가 발병하며 접게 되는데요, 이후에는 정치인이 아니라 배우의 꿈을 꿨다고 해요. 어릴 적부터 연예인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었다고 합니다. 고타로씨의 인터뷰에는 언제나 "왜 정치인을 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 따라다니는데요. 그는 "정치인이 하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살았다며 감사를 표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그의 몇 배로 존재한다"며 "나는 이것이 모두를 위한 행복이다, 여러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밀고 나갈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항상 따라다니던 '총리 아들'대신 고이즈미 고타로라는 본인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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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드라마 '수험의 신데렐라'에 출연한 고이즈미 고타로.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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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집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단짝에게 "사실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해요. 이 단짝도 나중에는 같이 연예계 생활을 하게 됩니다. 결국 고민 끝에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배우로 활동하겠다고 가족들에게 털어놨는데, 의외로 아버지는 쿨하게 허락했다고 합니다. 대신 '본인 스스로 힘으로 할 것', '잘 되든 안 되든 책임은 알아서 질 것'이라는 조건을 걸었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고이즈미 집안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예명을 쓰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해요. 오디션에 1차 합격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버지가 총리에 당선됩니다. 총리 가족들도 언론 검증의 대상이 되죠.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간지에 "총리 아들이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는 보도가 나갑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진 기획사들이 러브콜을 보내며 연예계에 데뷔하게 되죠.
    발연기로 시작해…중후한 배역으로
    그는 2002년 후지 테레비 드라마로 데뷔했는데, 데뷔작에서 연기는 엉망진창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발연기 논란'으로 연예계를 떠나기에는 본인은 이 활기 넘치는 업계 분위기를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연기 연습에 매진했다는데요.

    그런 고타로의 연기를 끌어올려 준 은사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일본 유명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의 '와쿠 형님', 이카리야 쵸스케인데요. 이카리야는 고타로에게 "너는 이곳의 막내지 않느냐"라며 본인의 촬영장에 고타로를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르침을 전수했다고 합니다. 대본을 가지고도 "나는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어떠니?"라고 물어보며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런 가르침을 전수하며 연기에 매진해온 덕에 지금은 일본에서 대부분 얼굴을 아는 간판 배우가 됐는데요. 특히 드라마 PD들은 '제복이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평가합니다. 메디컬 드라마, 수사물의 경찰관 등 점잖고 무게 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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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 메디컬 드라마 '블랙페앙'에 출연한 고이즈미 고타로.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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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방송 7개 맡아…호감도 높은 국민 MC로
    지금은 방송가에서 모셔가는 인물이 됐는데요. 정치가 집안인데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누구에게나 깍듯해서 방송국 관계자들의 호감을 산다고 해요. TV 주 시청 층인 중장년층에게는 '고이즈미 총리 아들'이라는 점이 신뢰감을 올려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동생이 '펀쿨섹좌'로 오르내리기 시작할 당시, 예능에서 '발음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섹시(sexy)'라고 답하고 본인도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는데요. 현재 예능부터 토크쇼까지 본인이 주축이 되는 정규 프로그램만 7개를 맡고 있다고 하죠.

    일본 온라인 연예매체들은 방송가에서는 오히려 동생이 총리에 당선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생이 현직 총리면 아무래도 말도 조심해야 하고 활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총리가 안 된 덕분에 방송활동을 자유롭게 이어나갈 수 있게 돼 관계자들이 안도했다고 합니다.

    그는 최근 일본 출판사 후타바샤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꼭 맡아보고 싶었던 배역으로 '정치인'이라고 꼽았는데요. 자라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직업으로 정치인 배역은 항상 피해왔지만, 더 나이가 들면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팬도 안티도 많은 정치인의 집안에서 드물게 호불호 안 갈리는 인물로 등극한 셈인데요. 메리트를 포기하고 원하는 삶에 직접 부딪히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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