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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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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로 오늘의 현실을 비춘다…연극 '라이오스'[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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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

    아들 오이디푸스에 살해된 라이오스 집중 탐구

    욕망을 막지 못한 채 비극 대물림 하는 인물

    동시대성 가미해 현재 한국 사회 떠올리게 해

    10년 만의 연극 전혜진, 1인 18역 에너지 발산

    뉴시스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라이오스' 공연 장면. 1인극인 작품은 배우 전혜진이 출연한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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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에게 살해된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의 서사는 주목받지 못했다.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라이오스'는 그간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에서 조연에 그쳤던 라이오스를 집중 탐구한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집필한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달 선보인 '프롤로그/디오니소스'에 이어 지난 6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5부작 중 유일한 창작 희곡이기도 하다.

    테베를 건국한 카드모스의 증손자인 라이오스는 선대의 권력 다툼 속에 숲에 버려져지지만 ,이후 테베 시민들에 의해 왕으로 추대된다. 그러나 이오카스테와 결혼 후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란 예언을 듣고 불안에 휩싸인다.

    멀리서 보면 라이오스는 기구한 운명의 피해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권력과 욕망에 희생된 것처럼 그 역시 폭력적이고 오만한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라이오스가 자신을 거두어준 펠롭스의 아들 크리시포스에 반해 그를 납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불길한 예언을 듣고 난 후의 선택 역시 그렇다.

    작품은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가 예언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게 된 이유를 네 가지 버전으로 제시하는데, 상상을 거듭할수록 비극은 더욱 선명해진다. 예언이 두렵다는 이유로 아들을 내다버리는 결말만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그가 버려졌던 것처럼, 그의 아들 역시 버려진다. 자신의 욕망을 거스르지 못한 라이오스로 인해 비극이 반복되는 셈이다.

    뉴시스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라이오스' 공연 장면. 1인극인 작품은 배우 전혜진이 출연한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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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대성을 가미, 오늘날의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을 펼쳐놓다.

    예언을 듣고 불안에 빠진 라이오스를 향해 "예언자가 떠들어댄 말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누가 나라를 통치하게 될까요"라는 대사가 던져질 때, 신화는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의 정치적 장면과 맞물린다.

    이어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쓴다든가, 터가 안 좋은 궁전을 옮겨야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에서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건네는 메시지도 선명하다.

    "폐하 역시도 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예. 권력은 곧 책임"이라는 시민의 말은 통치자의 자리와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부모가 똑바로 살아야 자식들도 똑바로 살 수 있다는 거야"라는 대사는 세대를 따라 반복되는 비극의 구조를 드러낸다.

    극 중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케밥, 로또 가게 주인인 예언가 피티아, 인스타그램 등은 웃음을 유발하며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한다.

    뉴시스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라이오스' 공연 장면. 1인극인 작품은 배우 전혜진이 출연한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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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콜라주 애니메이션, 라이브 캠의 활용도 돋보인다. 나이든 라이오스가 자신을 똑닮은 오이디푸스를 마주한 장면에서는 '거울'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부자 사이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1인극인 '라이오스'를 홀로 끌고 가는 배우는 10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전혜진이다.

    전혜진은 이야기를 전하는 서술자를 비롯해 라이오스, 이오카스테, 피티아, 테베의 시민들 등 18역을 해내며 캐릭터 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얼굴과 몸짓, 말투는 무대를 가득 채우며, 관객을 장악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국립극단은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안트로폴리스' 5부작'을 연이어 무대에 올린다.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에필로그'는 내년 상연될 예정이다.

    '라이오스'는 22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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