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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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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 두려워 '쉬운 연구'?…단편 접근으로 평가혁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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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한웅 IBS 단장 "실패하는 연구는 허상…인재유치 근본 고민 필요"

    송영민 KAIST 교수 "생애주기 직결 정책은 10년 이상 일관성 보장해야"

    연합뉴스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한 자리에'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7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5.11.7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인재정책 및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놓고 제대로 된 상황 판단과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과학기술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염한웅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9일 "대통령이 나서서 우리나라 R&D 과제 성공률이 90%가 넘는다는 가짜뉴스를 전달하고 정책도 이를 의식하여 만들어지면 결코 발전적 정책이 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물리학 분야 석학인 염 단장은 박근혜 정부 자문회의 위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 5년간 부의장을 지내며 과기정책 설계에도 참여해왔다.

    그는 이번 대책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동의가 되는 내용이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빼놓지 않고 다루려는 노력이 보인다"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R&D는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지 않는 만큼 R&D 과제 성공률이란 데이터 자체가 없다며 부의장 당시에도 확인한 데이터고, 국회 질의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해 쉬운 과제만 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평가이고, 이를 토대로 한 정책 또한 적절한 정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 현재 평가제가 정량평가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등급을 정성평가를 통해 주는 방식인 만큼 정량평가가 쉬운 연구를 조장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과학자 평가에 기준을 제시하는 자체가 오만한 정책"이라며 "이번에 제시된 것처럼 단편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긴 어렵고, 다층적이고 수준 높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염한웅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공]



    염 단장은 "가짜 정보를 대통령이 퍼뜨리게 되는 것은 이를 적절하게 조언하는 참모들이나 자문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자문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기계에서는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이 2개월 넘게 공석인 것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IBS 등 주요 과학기술 기관장 인선이 수개월째 지연되는 것을 놓고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염 단장은 인재 유치에 대해서도 "인공지능(AI)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외에 과기분야 전반에 걸쳐 어떻게 인재를 국내에서 확보하고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대안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기존에 이미 시행하다 중지한 국가과학자 제도가 부활해도 과학자 위상이 높아지고 이를 롤모델로 우수 인재가 모여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기업 연구개발직에 비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선진국보다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인재가 외국으로 가고 국내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고민과 처방 없이는 수술할 환자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보여주기식 처방들이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송영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연구자 자율성 강화, 장기적 인재 육성, 국가과학자 신설 등에서 고무적인 부분이 많다"면서도 "이러한 변화를 이번 정부의 공로로 남기기 위한 일회성 정책으로 만든다면, 차라리 바꾸지 않는 편이 낫다"고 정부 정책의 변화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과제 규모, 예산, 지원 기간, 장학금 정책을 임의로 바꾸며 연구자 개인의 생애 설계와 미래를 뒤흔들었고, 이것이 연구자들이 장기적 목표보다는 '당장 가능한 과제에 매달리는' 방어적 연구 문화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국가과학자도 향후 5년간 20명씩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5년 뒤 중단되면 국가과학자의 권위가 즉시 무너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앞선 국가과학자를 표방한 국가석학 제도도 4년간 운영하다 멈춘 바 있다.

    송 교수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탁월한 연구자'라기보다, '운이 좋았거나 이번 정부에 잘 연결된 사람'으로 평가받게 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로, 정부가 신뢰를 확보한다면, 연구자들은 그 자격을 얻기 위해 진정한 성취와 도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언제나 필요하지만, 제도는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정말로 연구 생태계를 혁신하고자 한다면, '이번에 바꾼다면, 앞으로는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을 명문화해야 한다. 특히 연구자 생애주기 직결 정책은 최소 10년 이상 일관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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