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발행주체 되거나 주도적 역할해야”
여권·금융당국 법안 추진에 신중론 입장
법안 논의 주체 및 발행사 자격 등 이견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통화정책 효과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도 정책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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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이미 준비됐는데 한국은행의 7가지 괴담논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7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국민 편익을 극대화하려면 정책 협의 기구에 한은이 들어가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당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발의가 임박한 가운데 여당과 한국은행 간 힘겨루기가 심화되고 있다. 여당과 금융당국이 발행사 자격과 이자 지급 여부 등 주요 쟁점 정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한은이 최근 ‘스테이블코인 백서’를 내놓으면서 위험성을 다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과 업계가 한은이 디지털 혁신을 지체시킨다고 비판하자 한은은 통화·외환·금융당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책협의기구를 먼저 만들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코인백서’ 발간에 與 “괴담논쟁 띄워” 반발=최근 엔화에 연동된 첫 스테이블코인이 일본에서 출시되자 시장에선 우리나라도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은 역시 원화스테이블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과 한은 관계가 최근 들어 미묘하게 틀어진 계기는 지난달 말 한은이 이른바 ‘코인백서’를 내놓으면서다.
지난달 27일 한은은 150쪽짜리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 7가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러자 여권에선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민병덕 민주당 의원)”며 ‘한은이 7가지 괴담논쟁을 띄웠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제기한 7가지 우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언스테이블’ 코인 전락 가능성 ▷뱅크런보다 빠른 코인런 위험 ▷예금자 보호 사각지대 ▷금산분리 원칙 훼손 가능성 ▷해외 자본 유출 통로 우려 ▷유동성 증가, 통화정책 무력화 ▷은행 자급공급 역할 축소 등이다. 전날 토론회에선 해당 보고서를 두고 “한은이 이제와서 사실상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한은 측은 “거시경제 전반에 경제적 리스크 요인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은 “발행사 ‘은행 중심’ 이뤄져야” 고수=세부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격을 두고 한은과 여권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도 “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주도적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썼다.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갖고 IT 기업 등 비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반면 여권이 발행사를 비은행으로도 열어두는 방침을 두자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진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제도 팀장은 “단순히 대출·이자 지급 금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빅테크가 코인 결제수단을 자사 플랫폼 내 소상공인·하청업체에 강요할 수 있는 구조가 발행할 수 있다”는 예시를 들기도 했다. 미국도 비금융 상장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연준·재무부 등 정부기구의 만장일치 승인을 얻을 때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격 규정은 각기 다르다.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는 은행 및 비은행 등 다양한 발행인 적격을 인정하면서도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MiCA는 스테이블코인(이머니토큰) 발행인을 신용기관 또는 전자화폐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적격을 은행, 신탁업자, 자금이동업자로 제한하고 있다.
▶코인 범부처 정책협의체 띄우나=아울러 범부처 정책협의체에 한은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과거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도 출시 당시에는 혁신으로 평가받았다며 무분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금융시장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도는 다르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잠재적 리스크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일정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관점이다. 가치가 불안정하다면 언제든 공포에 의한 ‘코인런(대량인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혜림·홍태화·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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