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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젠슨황 아들에 로봇을 물었다, 엔비디아 유니버스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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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프로젝트 리드가 밝힌 피지컬 AI 전략



    ■ 경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엔비디아가 이제 ‘세상을 직접 움직이는 기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실의 중력과 마찰, 공간과 시간을 GPU 위에서 계산하고 재현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현실 세계 물리 법칙을 학습한 AI)’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을 넘어, 로봇이 실제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엔비디아는 최근 로보틱스 분야를 중심으로 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스펜서 황 엔비디아 로보틱스 부문 프로젝트 리드는 “AI는 이제 세상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AI가 세상을 만지고, 느끼고, 스스로 배우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언어에서 이미지, 그리고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지금 엔비디아가 열려는 피지컬 AI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엔비디아의 전략을 정리했다.

    ◆피지컬 AI 시대, 엔비디아의 다음 전략=“챗GPT와 같은 혁신이 로봇공학 분야에도 곧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처리와 추론, 계획과 행동이 가능한 피지컬 AI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올해 1월 열린 CES 키노트에서 AI 진화 방향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AI의 진화가 ‘언어→이미지→물리 세계’로 이어질 것이기에, 엔비디아는 GPU와 고성능 연산, 시뮬레이션 생태계를 현실 중심 전략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AI의 중심축이 물리 세계로 옮겨가면서 연산 무대 역시 서버실을 넘어 도로, 공장, 로봇팔로 확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와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선점하려 한다. 시뮬레이션 기반 플랫폼으로 로봇 개발 문턱을 낮추고, 모든 피지컬 AI가 엔비디아 GPU 위에서 학습·추론·실행되게 하는 전략이다. 현실의 중력과 마찰, 공간과 시간을 데이터로 환원해 GPU에서 돌릴 수 있다면, GPU 수요와 플랫폼 주도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도 열려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로보틱스 분야가 발전할수록, 엔비디아 플랫폼을 쓰는 고객도 늘어나는 것. 짐 팬 엔비디아 수석 AI 연구 과학자는 개발자 행사 GTC2025에서 “지난 10년간 선진 30개국의 구인 공고는 4.2배 늘었고, 여가·헬스케어·건설·운송·제조 등 ‘몸을 쓰는 일자리’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매년 미충원 일자리로 인한 경제 손실이 1조 4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해법이 바로 피지컬 AI”라고 말했다.

    ◆‘디지털 사촌’과 로봇 훈련장=엔비디아의 전략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데이터를 분류하는 방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가 학습하는 방식을 ‘데이터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실제 세상에서 얻은 데이터는 정확하지만, 모으는 데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든다. 반대로 시뮬레이션(가상 실험) 데이터는 빠르고 싸지만 현실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이 두 가지를 섞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현실에서 얻은 소량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고, 이를 가상세계에서 수천 배로 불려서 로봇을 학습시키는 식이다. 이때 쓰는 개념이 ‘디지털 사촌(Digital Cousin)’이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이 아니라, 환경이나 조건을 조금씩 바꾼 수많은 버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는 상황이라면, 크기·색깔·조명 같은 변수를 계속 바꿔가며 다양한 상황을 학습시키는 식이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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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훈련이 이뤄지는 공간이 바로 ‘옴니버스(Omniverse)’와 ‘아이작 심(Isaac Sim)’이다. 옴니버스는 빛, 중력, 마찰 같은 현실의 물리 법칙이 그대로 작동하는 3차원(D) 가상세계다. 아이작 심은 그 안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또 엔비디아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두 가지 모델도 만들고 있다. ‘코스모스(Cosmos)’는 로봇이 카메라나 센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보고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 감각 엔진이고, ‘그루트(GR00T)’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는 기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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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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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를 만드는 서비스로 뭘 하려는걸까. 스펜서 황 프로젝트 리드는 피지컬 AI를 “세상을 보는 AI에서, 세상을 만지는 AI로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AI는 영상을 보고 인식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사물을 직접 다루고 조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를 현실에서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손으로 배우는 데이터’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 즉, 로봇이 실제로 물건을 잡거나 옮기는 행동을 수없이 가상 실험 속에서 반복해보며 배우는 구조다. 이렇게 학습한 모델이 실제 로봇에 적용되면, 로봇은 그 경험을 토대로 현실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황 총괄은 “지금의 로봇 소프트웨어는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이던 단계에서, 스스로 배우고 적응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두 방식을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로봇이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진짜 발전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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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옴니버스 디지털 트윈에서 사람의 동작을 학습한 AI가, 실제 로봇에 그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다.(위) 엔비디아 기술을 사용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1X의 로봇이 CEO와 함께 일하는 모습. [사진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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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에서 잘 작동하던 로봇이 현실에선 문제를 겪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실험실과 산업 현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격을 줄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현실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많다. 기존 시뮬레이터는 물리 계산에는 강하지만 이런 불완전함은 표현하기 어렵다”며 “AI를 활용하면 이런 현실의 잡음이나 결함까지 가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현실과 가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함께 키우는 생태계=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스타트업과 함께 키우고 있다. 옴니버스와 아이작 심 같은 3D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로보틱스·자율주행 스타트업들과 협력 중이다. 단순히 기술을 공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이 플랫폼 위에서 기능을 확장하거나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실리콘밸리의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아이작 심을 활용해 로봇의 균형 제어와 환경 인식, 물체 조작을 가상공간에서 반복 학습시키고 있다. 1X 테크놀로지스 역시 엔비디아의 ‘그루트(GR00T) N1’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 제어를 학습하고 있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와 갤봇(Galbot) 등도 엔비디아 GPU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로봇 제어와 데이터 학습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니트리는 엔비디아의 ‘젯슨 오린(Jetson Orin)’ 칩을 이용해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갤봇은 아이작 심을 활용해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로보틱스 스타트업을 만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협업을 진행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엔비디아 측이 스타트업에 GPU나 옴니버스 사용을 유리하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했었다”며 “하드웨어만 파는 대신 함께 성장할 파트너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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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황 아들에 로봇을 물었다, 엔비디아 유니버스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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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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