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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50년 역사의 ‘글로벌 1위’ 중형선 조선사…마스가에 합류[그 회사 어때?- HD현대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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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미포, HD현대重에 합병

    미국 군함·MRO 수주 확대 전략

    30년간 8200여척 선박 수리·개조

    합병 통해 상선 경쟁력 강화 노력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 61척 건조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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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미포에서 국내 최초로 건조 중인 세계 최대 규모(2만2000㎥급)의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이 내년 초 인도를 앞두고 해상에서 시운전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HD현대미포 야드(작업장)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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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그룹 산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미포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선박 수리·개조 사업으로 첫 발을 딛은 이래 50년 동안 2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1996년 신조 사업 진출 추진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부가가치 중형 선박 역량을 키우기 위해 내려진 결단이었다.

    두 번째 변화는 2006년부터 선박 수리·개조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수익성이 높은 신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 같은 결단에 HD현대미포는 글로벌 1위 중형선 조선사로 거듭났다. 매출도 고공행진했다. 2000년(7835억원) 1조원을 넘지 못했던 매출은 지난해 5배가까이 늘어난 4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HD현대미포는 올해 또 한 번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바로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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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 HD현대미포 상무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HD현대미포의 경쟁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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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미포 ‘MRO 경쟁력’ 주목한 HD현대

    HD현대가 합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바로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가 자리잡고 있다. 마스가로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군함 시장 진출 가능성이 생긴 가운데 HD현대로서는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스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외 조선사들의 미국 군함 건조·수리를 제약하는 규제가 우선 해결돼야 하지만, HD현대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

    HD현대는 합병 과정에서 HD현대미포의 MRO(유지·보수·정비) 경쟁력을 주목했다. HD현대미포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간 8200여척의 선박을 수리·개조했다. 선박 8200여척에는 군함도 포함돼 있다. 더욱이 HD현대미포가 보유한 도크(선박 건조 공간) 4기는 군함 건조에 최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함정들의 평균 크기는 HD현대미포가 건조하고 있는 일반 선종 크기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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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 HD현대미포 상무는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에서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판 구조가 많은 함정은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 중 하나인 자동차운반선이 가진 특성과 유사하다”며 “수십 년간 복잡한 상선 및 특수목적선을 건조하며 쌓아온 인력들의 기술 수준은 어떤 조선소보다도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는 HD현대미포 장점을 HD현대중공업에 이식, 미국은 물론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총 2100여척, 3600억달러(약 516조원)이다. HD현대는 HD현대미포 도크 4기 중 2기를 특수선용으로 전환해 군함·MRO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HD현대미포 단독으로는 군함 건조 경험이 없지만, 이번 합병으로 HD현대중공업 전문 인력과 기술도 HD현대미포에 전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능력과 HD현대미포의 수리 조선 능력을 합치면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전 세계 함정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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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해외 조선사 운영 경험도 큰 힘

    HD현대는 이번 합병을 통해 상선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가격 경쟁력만 앞세웠던 중국은 어느덧 한국 조선사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수주량 기준으로 한국을 꺾고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한국의 효자 선종이었던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은 중국이 우위를 점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아직 주도권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에서도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HD현대는 HD현대미포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중국을 꺾는다는 전략이다. HD현대미포는 지금까지 61척의 친환경 선박을 건조했다. 이 중 일부 선박은 세계 최초로 건조했다.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 대표적이다. HD현대미포가 지난해부터 건조를 시작한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추진 선박, 국내 최초의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은 내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 상무는 “신기술을 HD현대미포 주력 선종인 중소형 선박에 우선 적용한 후, 즉시 HD현대중공업의 대형선에 적용함으로써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HD현대미포의 해외 조선소 운영 경험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신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조선소에서의 선박 건조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현지 시설 노후화 등으로 해외 조선소 발굴은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HD현대미포의 경험은 HD현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HD현대미포는 1996년 베트남국영조선공사와 손잡고 HD현대베트남조선을 설립한 바 있다. 국내 조선소가 해외 사업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연간 최대 16척의 선박을 건조, 국내 조선사의 해외 진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상무는 “HD현대중공업 통합법인이 설립할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거점으로 베트남, 필리핀, 인도, 사우디 등 해외 조선소 발굴과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중형 상선 시장은 해외에서 대응하고, 국내에서는 친환경 신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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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법인 2035년까지 매출 37조 목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12월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3일 진행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는 주총 인사말에서 “이번 합병은 더 넓은 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자, 더 강한 조선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양사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까지 연 매출 37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방산 부문 매출 목표치는 10조원이다. HD현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번 MOA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상무는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 간 시너지를 통해 통합 HD현대중공업은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조선소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시장 선두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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