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 경영대학 교수 /사진=이정현 |
오픈AI가 지난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구축을 돕겠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GPU(그래픽 처리 장치) 공급뿐만 아니라 인재양성 등에도 한국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AI(인공지능) 진흥을 위한 글로벌 협력 기반이 빠르게 조성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AI 가치사슬의 연결을 촉진하고 AI 기술을 산업과 사회 속으로 확산시키는 핵심 축이 '(디지털)플랫폼'임을 고려할 때 플랫폼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플랫폼은 대규모의 사용자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술의 발전과 시장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I 모델의 성능이 향상되려면 사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는 플랫폼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플랫폼은 AI를 산업과 국민의 일상 속으로 확산시키는 실질적인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검색,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서비스를 직접 구현하고 산업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선순환의 자양분이 된다. 초거대 AI를 구축한 기업 대부분이 구글, 메타, 네이버(NAVER)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객관적 자료들도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국가 AI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해 준다. OECD.AI가 집계한 주요 30여 개 국가의 AI 논문 수,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 산업 현장의 AI 도입 정도, AI 시장 규모와 각국의 플랫폼 발달도 간의 관계를 살폈을 때 자국 플랫폼이 활성화된 국가일수록 AI 논문, AI 스타트업 투자, 기업들의 AI 활용 및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한국은 AI 시대에 중요한 자원인 자국 플랫폼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예컨대 자국 검색엔진 플랫폼의 점유율이 1% 이상인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대한민국, 체코, 일본, 베트남뿐이며 이 중 사회주의권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 외에 한국과 일본만이 자국 플랫폼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도 유사하다. 자국민이 얼마나 앱을 활발히 만들고 이용하는지를 보면 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자국 앱의 이용자 규모가 현저히 낮아 플랫폼이라는 기능 자체가 사라진 채 해외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된 상태다.
이제는 플랫폼을 한국이 가진 국가적 역량이자 AI 질주의 핵심 엔진으로 바라봐야 한다. GPU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하드웨어적 기반을 다진다면 자국 플랫폼의 활용은 AI 생태계에 지속 가능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AI 진흥은 이제 본격적인 출발선에 올랐고 앞으로의 과제는 자국 플랫폼을 어떻게 AI 산업 전략에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강점인 '자국 플랫폼'을 기반으로 AI 시대를 주도할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곽규태 순천향대 경영대학 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