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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지위 과시하는 세상, 동등하게 만나려면…'거짓말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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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이미지는 가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닌 것이 많다. 일종의 거짓말인 것. 친구들과의 대화, 취업 면접,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거짓말이 오간다.

    사람들은 투명하게 진실만을 말하는 진실 게임이 아니라 타인에게 무엇을 보여 줄지를 매 순간 선택하는 거짓말 게임을 수행한다. 우리 모두가 무대에 선 배우가 된다.

    신간 '거짓말 게임'(민음사 출간)은 젊은 정치학자 조무원이 쓴 사회 비평서다. 저자는 트럼프의 거짓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첨예한 정치 이슈를 분석하며 모든 보이는 말과 행동을 지위 과시를 위한 일종의 연기로 볼 것을 제안한다.

    "'한마디 말, 혹은 단 한 번의 웃음, 혹은 의견의 차이 등 자신의 신상이나 자신의 친척, 친구, 민족, 직업, 가문에 대해 얕잡아보는 사소한 표현들 때문에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흔히 홉스적 갈등 상태를 일컫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다.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이 실제 살육의 지속이 아니라, 서로를 얕잡아보는 마음이 지속되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내전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외양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과시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4장 '국가, 새로운 아이돌' 중 )

    문제는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질투나 멸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서로를 얕잡아보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를 과시하는 지위경쟁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남보다 나은 나를 뽐내는 과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외모도, 경제력도, 사회적 지위도 다른 사람들이 과연 동등하게 만날 수 있을까? 이는 이 책의 핵심 질문이다.

    저자는 고전을 재해석하며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할 독창적인 관점을 끌어낸다. 루소의 철학에서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매력 경쟁의 기원을 읽어 낸다. 홉스의 '자연상태'가 단순히 만인의 투쟁 상태가 아니라 사소한 혐오 표현을 주고받는 상태로 재해석된다. 지금 만연한 정치적 내전의 기원을 찾는 연구다.

    저자는 근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홉스와 루소의 사상을 주로 다루며 몽테스키외, 마키아벨리,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등 17~18세기의 정치철학과 정치경제학을 폭넓게 아우른다. 나아가 소스타인 베블런, 막스 베버, 한나 아렌트, 클리퍼드 기어츠, 어빙 고프먼 등 정치와 권위,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탐구했던 사상가들의 이론을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는다.

    정체성 정치, 인정투쟁, 극장국가 등 지금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프랜시스 후쿠야마, 악셀 호네트, 대런 애스모글로우 같은 현대의 걸출한 사상가들과 정면 대결한다.

    아울러 음모론과 탈진실 정치, 주목 경제, 정치적 양극화 같은 현실 문제를 탄탄한 이론적 맥락 위에서 날카롭게 분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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