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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낙원에 대한 갈망이 대항해시대 열어…'낙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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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연합뉴스

    [엘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낙원의 역사 = 장 들뤼모 지음. 박용진 옮김.

    예로부터 생이 힘든 민초들은 낙원을 꿈꿨다. 여러 종교는 그에 부응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낙원은 금은보화와 수많은 나무 열매, 물이 있는 땅이다. 금과 은, 그리고 향료와 보석이 나는 땅 주변을 강이 휘돌며 흐른다. 남녀가 조화롭게 살고, 물과 과일이 풍부하고, 자연은 온난하고, 주변에 달콤한 향기가 넘치고, 천상의 음악이 퍼지는 곳, 그곳이 낙원이었다.

    수메르의 엔키 신화에 따르면 낙원에선 동물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인간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스 고전에서도 낙원에 대한 묘사가 이들 경전과 비슷하다. "농사짓지 않아도 수확할 수 있는 곳"(플라톤 '국가'), "혹한의 겨울도 없으며 훈풍만을 느낄 수 있는 곳"(호머 '오디세우스'), "마음에 근심 없고, 노화라는 불행도 짓누르지 않는 곳"(헤시오도스 '일과 날') 등 대체로 낙원에 대한 꿈은 일과 자연, 생로병사와 관련 있는 것들로 채워졌다.

    서양 종교 분야 전문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낙원을 바라고 찾아내려는 열망이 서양 역사를 이끈 주요 동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서양인들이 낙원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지도를 제작하고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가 르네상스를 꽃피웠고, 그 땅을 찾아 나선 것이 대항해시대라고 주장한다.

    앨피. 540쪽.

    연합뉴스

    [뿌리와이파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딜런 유 지음.

    1665년 11월 유난히 추웠던 전남 강진에 특이한 외모의 사람들 33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이들은 홍모인(紅毛人), 그러니까 머리가 붉은 서양인들이었다. 이들은 4년 전 제주에 표착(漂着)했다가 2년 전 강진에 유배된 하벨과 그의 동료들이었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동아시아 바다를 탐험하던 중 조선까지 흘러들어왔던 색목인들.

    책은 17세기 소빙기를 맞아 이리저리 떠돌았던 서양인들의 탐사기를 그렸다. '항해사 흰닭'은 그런 유럽인들을 지칭하고, '파드레'는 동아시아에서 신앙을 전파한 가톨릭 신부들을 말한다. 오렌지 반란군은 동아시아 바다를 양분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에서 틈을 봤던 네덜란드 사람들을 의미한다.

    대항해시대를 다룬 본격적인 역사책이지만 저자가 역사학자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정보 통신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뿌리와이파리.56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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