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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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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붕괴로 수면 위 오른 HJ중공업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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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중공업, 최근 6개월 공동주택 하자 1위
    공공시설도 곳곳서 부실시공 논란 '잡음'
    불법 시공에 하자 점검 중 직원 숨지기도
    "이상 징후 단계서 부실 업체 걸러내야"


    한국일보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시행사인 HJ중공업의 김완석 대표가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첫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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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를 계기로, 시행사인 HJ중공업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공동주택에서 하자판정 건수가 많은 국내 건설사는 HJ중공업이었다.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전체 하자판정 793건 가운데 20%인 154건이 이 회사에서 나왔다. HJ중공업의 주택 브랜드 ‘해모로’는 2023년 대구에서도 누수와 균열 등 각종 하자로 입주민이 준공 승인을 반대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HJ중공업은 옛 한진중공업 시절부터 각종 공공시설 공사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 왔다. 대표 사례가 2011년 준공검사도 받지 못한 채 문을 연 부산 영화의 전당이다. 부산 해운대구 3만2,000여 평 부지에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의 이 건물 건축에는 예산 1,678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개관 첫해부터 영화제 폐막식 중에 비가 새 국제적 망신을 샀다. 3개월간 보수공사를 거쳤지만 이듬해 7월에도 사무동 3층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직원들이 물을 받아내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누수를 점검하던 한진중공업 소속 30대 건축 기사가 추락해 숨졌다.

    부실 공사 논란은 HJ중공업이 2018년 시공을 맡은 부산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2023년 부산시 감사 결과 720여 곳 균열 원인이 조사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벽체와 바닥 등 주요 구조부에서는 104곳의 균열이 발견됐다. 설계상 고강도·고품질 특수용접 방식이 요구된 곳에서는 40%가량 저렴한 피복 아크용접(용접봉을 사용해 전극에서 나온 열로 금속을 녹여 접합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HJ중공업이 미등록업체에 하도급을 맡겨 이 건물을 불법 시공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9년 11월에는 공사장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하청업체 소속 30대 크레인 기사가 숨졌다. 여기에 건물 전면부 기초구조물의 무단 시공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1년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5월에야 재개됐다. 전체 공기는 당초 2023년 완공에서 2026년 상반기로 지연됐고, 공사비는 2,500억 원에서 3,200억 원으로 늘었다. 앞서 이 회사는 건설부문 현장 공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7일 밝혔지만 부산 오페라하우스 등에서는 공사가 재개됐다.

    한국일보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리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 비가 새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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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중공업은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경우 발생 8일째인 13일에야 사과했지만 사고 경위나 원인에는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김완석 HJ중공업 대표는 이날 붕괴 사고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해 진작 사과하지 못했다”며 “하루빨리 구조 작업을 마무리한 뒤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에 대해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한다. 참사 전에 300건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 제도는 사고 발생 후에만 제재를 가할 뿐, 이상 징후 단계에서 미흡한 업체를 사전에 걸러내지는 못한다”며 “처벌 강화와 함께 안전관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가로 25m, 세로 15.5m, 높이 63m 규모 보일러 타워 5호기가 철거 작업 중 붕괴해 작업자 9명을 덮쳤다. 그중 2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6명은 숨졌고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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