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승리·하버드 문과생의 과학수업
어느 날, 한 나무를 만났다·이민의 진화
[물결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하미나 지음.
프랑스의 지구과학자 커플인 크라프트 부부는 일생을 화산에 매달려 살았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인근에서 찍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렇게 위험천만한 행동을 계속해 나간 건 화산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화산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이렇게 추정한다.
"그건 아마도, 지구가 매 순간 숨 쉬며 살아 있음을 피부 화상을 입으며 실감한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화산이 보여주는 만큼 보고 허락하는 만큼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지각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지질학적 규모의 시간에 비하면 인간 생애가 얼마나 짧고 보잘것없는 시간인지를 감내한다는 것일 테다."
저자가 2021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쓴 글을 수록한 에세이다. 읽은 책에 대한 기록, 과학 기자였던 시절 취재할 때 느꼈던 단상, 글쓰기보다 만들기를 좋아했던 유년의 기억, '스트릿 우먼 파이터'(일명 스우파)와 같은 TV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애초 페미니즘 관점에서 과학사를 들여다보는 주제로 기획된 책이었으나 저자는 여러 주제를 넘나든다. 과학사와 과학비평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여러 순수예술과 대중매체 이야기도 전한다.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학 장르와 더 가까운 책이다. 글을 매만지는 저자의 실력이 녹록지 않기에 더욱더 그렇게 느껴진다.
물결점. 424쪽.
[계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연구소의 승리 = 배대웅 지음.
지난 100여 년 동안 세계의 연구소가 과학의 발전과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근무하는 과학자인 저자는 연구소가 국가의 약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등장한 사회적 장치이자 제도적 발명품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독일은 정밀 측정과 기술 표준의 부재가 산업 경쟁력의 약점으로 떠오르자 1887년 제국물리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산업화는 이뤘지만 서구 모방을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도 1910년대 국민과학연구소를 만들며 미래를 설계해 나갔다.
전쟁의 폐허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한국은 1959년에야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세우며 본격적인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저자는 독일제국연구소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까지 과학을 체계화하고 산업을 성장시키며 사회를 변화시킨 연구소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계단. 384쪽.
[초사흘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하버드 문과생의 과학 수업 = 어윈 샤피로 지음. 조은영 옮김.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문·사회' 전공 학부생들을 위해 마련한 '과학' 강의를 책에 담았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천체물리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는 우주, 지구, 생명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토대로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 세계를 탐구해 온 과정을 폭넓게 살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뉴턴의 중력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과학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발견뿐 아니라, 천동설이나 범생설(汎生說:환경에 의해 세포에 축적된 변이가 유전된다는 가설)처럼 이미 틀렸다고 증명된 케케묵은 이론이나 가설도 소개한다. 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진리의 백과사전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하고 가정하고 증명하면서 발전해 가는 과정임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초사흘달. 460쪽.
[남해의봄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어느 날, 한 나무를 만났다 = 최선길 글·그림
최선길 화가의 40여 년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첫 책이다.
긴 세월 동안 자연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해 온 저자가 1318년을 산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만나면서 느낀 소회와 감정을 담았다.
"그 나무는 내가 지난 30여 년 동안 그린 나무 그림들의 결정체를 보는 듯했다."
저자는 매일 한 자리에서 은행나무의 사계절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약 5년간 진행했고, 책은 과정을 여과 없이 소개한다.
남해의봄날. 120쪽.
[푸른숲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이민의 진화 = 송지영 지음.
호주 로위연구소에서 이민정책실장을 거친 후 현재 재호한인을 연구 중인 호주국립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이민 1세대부터 현재 워킹 홀리데이 중인 젊은 청년까지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학술서다.
저자는 19세기 말인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까지 근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난, 독재, 차별을 피해 고국을 떠나 호주에 정착한 이들의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엮어 소개한다.
푸른숲. 196쪽.
buff2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