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과의 정서적 관계, 현실 결혼 흔드는 ‘AI 불륜’ 확산
美 가정법원, AI를 새로운 이혼 사유로 검토
자산 낭비·양육권 분쟁까지 번지는 법적 갈등
캘리포니아, 내년부터 동반자형 AI 규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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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나누는 불륜... 현실서 늘어나는 이혼 [그림=제미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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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의 ‘감정적 관계’가 현실 부부 사이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가정법원에서 AI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불륜’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챗봇과의 친밀한 교류가 실제 이혼 사유로 인정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챗봇을 찾는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가 챗봇에 장기간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형태의 ‘AI 불륜’이 현실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이혼 전문 변호사 레베카 파머는 “감정적 결핍이 있는 배우자일수록 AI 영향에 취약하다”며 “이미 여러 부부가 챗봇과의 관계 문제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사건에서 배우자가 챗봇과 대화를 이어가며 은행 계좌나 사회보장번호 같은 민감 정보를 공유하고 여기에 상당한 돈을 쓰면서 업무 능력까지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AI 때문에 가정이 흔들렸다는 사례가 이어진다. 한 여성은 결혼 14년 만에 남편이 ‘라티나 베이비걸’이라 부르는 챗봇과 사실상 연애 관계라고 믿고, 미성년자를 흉내 낸 AI 앱에 수천달러를 결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이혼을 결정했다. 뉴욕의 46세 작가 에바 역시 AI 동반자와 깊이 교감하다 스스로 ‘정서적 불륜’이라 판단해 연인과의 관계를 끝냈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이처럼 AI 관계가 사실상 ‘제3자 개입’처럼 작용하면서 미국 법조계에서는 AI 기반 불륜을 어떻게 정의할지 논쟁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처럼 ‘무과실 이혼제’를 운영하는 주에서는 인간이든 AI든 이유를 따지지 않지만, 16개 주는 여전히 간통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미시간, 위스콘신., 오클라호마에선 간통은 중범죄로 최대 5년형 또는 1만달러 벌금까지 가능하다. 오하이오주는 최근 AI와 인간 간의 친밀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법원에서는 특히 양육권 판단이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육권 소송에서도 부모가 장시간 챗봇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경우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AI 관련 이혼은 해외에서도 증가 조짐을 보인다. 영국 온라인 이혼 절차 서비스 ‘디보스 온라인’에 따르면 올해 챗봇 앱 ‘레플리카’나 ‘애니마’ 사용을 관계 파탄 이유로 언급한 사례가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가족연구소(IFS) 조사에서도 미혼자 60%가 AI 관계를 ‘배우자에 대한 배신’으로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AI 기술이 더욱 현실적이고 공감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법 변호사 엘리자베스 양은 “코로나19 기간 이혼 신청이 3배 가까이 늘었던 것처럼 AI 동반자 증가가 새로운 이혼 급증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움직임도 시작됐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10월 AI 동반자형 챗봇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 법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나이 인증과 휴식 알림 기능을 의무화하고, 챗봇이 의료 전문가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불법 딥페이크 제작과 유포에 대해서는 건당 25만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파머 변호사는 “AI 관계가 파괴적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실제로 위안을 얻고 있다”며 “결국 사람들은 AI의 한계와 위험성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오래 전부터 결혼 관계에 균열을 내왔듯이, AI 역시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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