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불안 땐 대미투자 납입규모 시기 조정
韓반도체, 경쟁국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망사용료·플랫폼 규제 美기업 차별방지
정부는 14일 발표한 한미 관세·안보 팩트시트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국내에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라조선소에서 축사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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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14일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최종 확정했다.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미국 관세는 최대 15%로 제한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세율과 최혜국(MFN) 관세율 중 높은 쪽을 적용하되, 15%를 초과하지 않는다. 자동차·자동차부품·목재 등에 부과되던 232조 관세도 15%로 인하된다. 자동차 관세는 정부가 대미 투자 특별법을 발의한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관세는 미국이 향후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조건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관세는 대만에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은 트럼프 임기 중 미국에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자한다. 조선 분야 1500억달러, 에너지·반도체·제약·핵심광물·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에 2000억달러가 배정됐다. 이 중 조선 투자는 미국이 승인한 ‘승인투자’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팩트시트에 포함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현금 투자인 2000억달러를 어느 곳에 투자할지, 투자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대미 수출 한국산의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안전기준 제한을 풀어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미팩트시트 브리핑에서 2000억달러 직접 투자 등이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해선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 투자펀드가 사실상 (대미)공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불신과 우려 또한 불식하게 됐다”며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같은 전통적 전략산업부터 인공지능 첨단산업까지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대한민국 도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 핵심산업 재건에 함께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과 강력한 제조혁신 역량 갖춘 한국이 세계 무대에 함께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앞선 일본 사례를 볼 때 미국이 한국 정부 현금 투자 중 상당액을 인공지능(AI) 혁명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인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상당 부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 용처를 예상하려면 미국이 이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을 자국 첨단 산업과 희토류·핵심 광물 등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전략 재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앞서 일본과 맺은 5500억달러 투자 MOU 체결을 공식화하면서 ▷ 전력망 현대화, LNG 등 에너지 인프라 ▷ 반도체 제조·연구 ▷ 핵심 광물 채굴·가공 ▷신규 조선소 건설 및 기존 시설 현대화 포함한 민간·군용 조선업 ▷ 제약·의료 등 크게 5가지 분야를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방일 중 발표된 미일 정부의 한층 구체화한 투자 계획을 보면,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가 상당 부분 집중됐다.
미국이 향후 한국의 조선업에 특화된 마스가를 제외한 2000억달러의 대미 현금 투자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상당액을 원전 등 에너지 인프라에 배정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지난 8월 방한해 이호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을 잇따라 만나 자국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도 미국이 한국의 투자금 투입을 희망하는 우선순위 사업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약 1300여㎞ 가스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미국은 사업 리스크가 큰 사업 성공을 위해 세계 LNG의 핵심 수요지인 동아시아 핵심 국가·지역인 일본, 한국, 대만이 장기 구매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일 양국이 제공하는 자금의 투자처를 사실상 결정할 ‘펀드 매니저’ 역할을 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에너지 인프라를 양대 우선순위 투자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일본 정부 제공 자금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일 정부의 발표에서 거명된 기업은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전기, 소프트뱅크그룹 등 10곳을 넘는다.
따라서 향후 한국 역시 투자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권을 최대한 확보해 우리 정부의 투자금에 따른 이익이 한국 기업에 상당 부분 돌아오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은 상호 호혜적인 무역 및 투자 확대라는 공통 목표를 재확인하고, 연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상호무역 증진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키로 했다.
디지털 무역 영역에서는 망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과 관련해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보험·위치정보·개인정보를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촉진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전자적 전송에 대한 관세 부과 모라토리엄을 지지하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공정거래·지식재산·노동·환경 분야에서도 제도 정비 약속이 담겼다. 한국은 경쟁당국 조사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특권을 인정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하고, 특허법조약(PLT) 가입을 위한 조치를 계속하기로 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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