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온2’만 북적, 텅 빈 해외관…‘신작’ 없는 글로벌 참여
올해 BTC관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웹젠, 크래프톤, 그라비티 등 국내 기업 중심으로 운영됐고, 해외 개발사로는 블리자드, 반다이남코, 세가·아틀러스, 워호스 스튜디오 등이 참여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올해 지스타의 ‘내용 빈약’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부산에 사는 강동현씨(31세)는 “작년에는 콘솔 시연이 활발해서 재미가 있었는데 올해는 PC·모바일 중심이라 신선함이 떨어졌다”며 “PC·모바일 신작은 영상으로 대부분 볼 수 있어 굳이 지스타에 와서 체험할 이유가 적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이모씨(27세)도 “재작년보다 참가 게임사가 줄어서 체감상 즐길만한 게 많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해외-인디 게임사들이 자리한 부산 벡스코 2전시관 전경./이경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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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 분위기는 일부 인기 부스에만 관람객이 몰리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엔씨소프트 ‘아이온2’ 부스는 최대 4시간 대기줄이 형성됐고, 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도 15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혼잡을 보였다.
반면 해외관이 구성된 제2전시장은 글로벌 전시회라는 타이틀과 달리 텅 빈 공간이 많았다. 부스는 한산했고, 일본 3대 RPG(역할수행게임) 제작사로 꼽히는 아틀라스마저 ‘페르소나5’처럼 이미 오래된 기존 작품을 그대로 시연해 관람객 유입이 거의 없었다. 현장에서는 “해외 기업의 참가 숫자는 늘었지만, 실제로는 팬 서비스 수준의 부스가 대부분”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지스타에 참가한 일본 유명 게임 개발사 아틀라스 부스 전경./이경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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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사는 최모씨(36세)는 “아틀라스 팬이라 기대하고 왔다. 그런데 이미 다 해본 구작을 시연하고 있어 아쉽다”며 “해외 게임사가 많이 온 건 좋지만 신작 발표나 새로운 체험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지스타를 찾은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부산맵 체험존’을 마련해 비교적 관람객을 끌어모았지만, 이 역시 신작이 없는 팬 서비스형 부스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스타 현장을 찾은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11월 지스타는 시기적으로 게임사에 불리하다. 신작을 이미 해외에서 공개했거나 내년 초 출시 준비로 바쁜 시기라 ‘생색내기 부스만 참여하는 느낌’이 강하다”며 “올해처럼 신작 없이 기존 게임만 가져오는 기업이 많아지면 지스타의 존재감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형화된 포맷에 갇혀…구조적 재편 시급”
전문가들은 지스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글로벌 전시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재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스타가 지금처럼 ‘수치 중심 홍보’에 머물 경우, 해외 기업의 참가 확대는 “허울뿐인 글로벌 전시회”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지스타는 20년 넘게 정형화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주최부도 바뀌었지만 새로운 시도나 업계 의견 반영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게임쇼의 중심은 여전히 콘솔 기반이다. 도쿄게임쇼·게임스컴은 소니·MS 같은 콘솔 홀더가 일정과 발표를 주도하는 구조라 글로벌 게임사가 몰리지만, 한국은 모바일 중심이라 해외 기업이 올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부산 벡스코 2전시장에 마련 지스타 BTB(비즈니스 참관객)관 입구 모습./이경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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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리적 요인도 한계로 꼽았다. 김 교수는 “부산 개최는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 물리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인천공항→국내선→부산 이동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라며 “판교·구로디지털단지·킨텍스 등 수도권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지스타가 팬 서비스 행사인지 비즈니스 중심 행사인지 정체성 혼선이 크다”며 “수능 직후 고3 학생 대상 축제처럼 여겨지는 점도 문제다. 문체부도 조직위도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게임쇼로의 도약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개최는 산업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으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필요한 환경이 갖춰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부산=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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