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미 전략적 투자 MOU(양해각서)’를 보면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 증진”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을 예로 들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일본과의 패키지에서 대형원전·SMR(소형모듈원전)·송전망 등에 투자액 5500억 달러 중 절반이 넘는 33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자금 역시 이 분야에 배분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금을 민간 투자가 상대적으로 뒤처진 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발전소와 변전소·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전 건설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의 EPC(설계·조달·시공) 참여가 가능하다. SMR 및 대형원전 주기기·터빈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경쟁력이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파이프라인 건설에 한국 철강 제품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는 약 3년으로, 연간 투자 상한 200억 달러 기준 실제 집행 가능한 규모는 60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한·미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정이다.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변화나 국가안보 전략 조정에 따라 투자 구조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팩트시트로 기본 틀이 드러났지만 어느 분야에 얼마를 배정하고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지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MOU의 국회 비준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비구속적 합의이므로 비준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야당은 “조 단위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사실상 조약급 합의”라며 국회 비준을 요구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행정부 중심의 통상정책을 펼치며, 의회 비준을 배제하는 추세”라며 “다만 국회가 향후 관련 특별법 제정의 주체이므로 충분한 설명·설득 과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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