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해박물관, 창녕 교동 11호 무덤 출토 명문대도 연구·조사
숨겨진 글자 획 찾아 7자 확정…"가야사 연구에 새로운 국면 마련"
내달 학계에 조사 성과 공개…30일까지 상설전시실서 특별 공개
창녕 교동 11호분 명문대도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00여 년 전 경남 창녕 교동에서 발견된 칼에 새겨진 금빛 글자가 최신 과학 기술로 다시 드러났다.
오랜 논의 끝에 재판독한 글자가 무덤 주인을 밝힐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창녕 교동 11호 무덤에서 출토된 상감명문대도(象嵌銘文大刀·글자를 새긴 큰 칼)를 재조사해 '상[부]선인귀상도'(上[部]先人貴常刀) 총 7자로 재판독했다고 17일 밝혔다.
창녕 교동 11호 무덤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 등이 발굴한 무덤 가운데 하나다.
창녕 교동 11호분 전경을 촬영한 유리건판 자료 |
교동과 송현동을 따라 늘어선 무덤군은 비화가야 최고 지배자 묘역으로 추정된다. 비화가야는 창녕을 거점으로 삼은 가야 세력을 일컫는다.
학계에서는 11호 무덤이 5세기 후반∼6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굴 당시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기록을 통해 다수의 토기를 비롯해 상감명문대도, 각종 마구류, 장신구 등이 나왔다고 전한다.
명문대도, 즉 글자가 확인된 큰 칼은 전체 길이가 85㎝에 이른다.
명문대도 X-선 사진 |
1984년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X-선 촬영을 통해 글자 존재가 확인됐고, 이후 칼등에 홈을 내고 그 안에 금실을 박아 넣은 명문이 확인됐다.
이런 형태는 1천600년 전 백제 최고 장인이 만든 것으로 여겨지는 신비로운 칼, 칠지도(七支刀)와 유사한 것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박물관 측은 "상감 형태의 명문대도는 삼국시대 제작품이 총 3점만 전할 정도로 희귀성이 높은 유물"이라며 "국내에서는 유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칼에 새겨진 글자를 놓고, 국내 학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X-선 필름으로 확인된 글자 '上' |
일부 글자는 비교적 판독이 쉬웠으나, 첫 번째 글자는 문맥을 고려해 추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라진 획이 많아 아예 읽지 못하는 글자도 있었다.
'선인'(先人) 글자를 고구려의 관등(官等·관리나 벼슬의 등급)으로 보고 칼의 주인과 고구려, 혹은 당대 역사를 연결 지으려는 분석도 있었다.
박물관은 X선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재구성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조사를 거쳐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글자를 추가로 분석해 재판독에 나섰다.
그 결과, 첫 번째 글자의 나머지 획을 찾아 '상'(上)으로 확정했고, 6번째 글자를 다시 조사해 '상'(常) 자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새로 확인된 6번 글자의 금선 획 |
삼국시대 표기법 등을 고려해 글자를 해석하면 '상부 소속 선인 귀상의 칼'로 볼 수 있다. 칼을 넘어 무덤 주인의 신분, 이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효수 학예연구사는 "판독에 대한 논란을 정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문자 자료가 희박한 가야사 연구에 새로운 국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는 다음 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명문대도 상감 상태 |
명문대도 연구와 조사를 맡은 전 연구사가 '과학적 분석을 이용한 창녕 교동 11호분 출토 명문대도의 재판독'을 주제로 연구 과정과 의미를 짚는다.
관련 내용은 '창녕 교동 11호분' 발굴 보고서에도 실릴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올해 11월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유물을 특별 공개할 것"이라며 "이후 보존 처리를 거쳐 내년 상반기 특집전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문대도 상감 상태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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