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옥션 첫 이브닝 세일에 출품되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 1937년 작으로 추정가는 94억원-~150억원. <서울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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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경매 프리뷰 현장에서는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작품 한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주인공은 추정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걸작 ‘꽃다발(Bouquet de Fleurs)’. 오는 24일 1998년 창사 이래 첫 이브닝 세일을 여는 서울옥션의 간판 작품으로, 시작가는 94억원이다.

이브닝 세일은 소수의 초고가 작품만을 엄선해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고급 경매다. 서울옥션의 이번 이브닝 세일에는 26점이 출품됐으며, 추정가 총액은 27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단일 경매로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샤갈의 작품은 100호 크기의 대작 ‘파리의 풍경(Paysage de Paris)’을 포함해 총 4점이 출품된다. 김환기와 이우환, 김창열 등 한국 거장들의 대표작과 함께 생존 작가 중 최고가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작 ‘Less Trees Near Warter’도 주목받는다. 이 작품은 세로가 2m가 넘는 대형 작품으로 추정가는 4억8000만원에서 8억원 사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원화값 약세로 영향으로 국내 경매에 해외 컬렉터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샤갈과 호크니 작품의 경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생존 작가 중 최고가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2009년 회화. 추정가는 4억 8000만원-8억 원. <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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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사례처럼 원화값 약세가 최근 국내 미술시장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올해 하반기 들어 8% 가량 하락했다. 원화 약세는 달러를 가진 해외 구매자에게 국내 미술품을 상대적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에 출품된 외국 작가 작품에 대한 해외의 입찰과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환율 효과는 미술품 수출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해외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때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해외 컬렉터들이 한국 작품을 구매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한 이불과 이우환 작품의 해외 수요가 늘어난 이유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현지시간 17일 저녁, 한국시간 18일 오전 열리는 뉴욕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에 출품되는 김환기 작품이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환기의 1971년작 추상 점화 ‘19-VI-71 #206’는 추정가 750만~1000만달러로 900만달러에 낙찰될 경우 수수료 20%대를 포함하면 약 157억원이다. 크리스티는 이미 ’3자 보증’을 통해 해당 작품의 낙찰을 확정한 상태다.

크리스티 뉴욕 이브닝 경매에 출품된 김환기의 1971년작 ‘19-VI-71 #206’. <크리스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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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미술품 최고가는 2019년 11월 23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김환기의 ‘05-IV-71 #200(우주)’가 기록한 1억195만5000홍콩달러(수수료 포함·당시 우리 돈 153억5000만원)였다.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와 고정돼 있어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90억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같은 해 제작된 추상 점화 작품이지만, 최고가 기록을 세운 작품(254x254cm)보다 가로 크기(203cm)가 다소 적은 것이 변수다.

26일 열리는 K옥션 11월 경매에도 야요이 쿠사마, 데미안 허스트, 알렉스 카츠, 줄리안 오피,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해외 응찰을 유도하고 있다. 김환기 1954년작인 ‘답교’(40호)가 함께 출품돼 ‘김환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작품은 정월대보름 액운을 막기 위한 ‘다리 밟기’ 풍습을 따뜻하게 담아낸 점이 특징이며, 추정가는 15억원에서 25억원대다.

반면 원화 약세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화랑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기준 작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화로 환산하면 가격이 올라간 것처럼 느껴져 한국 컬렉터들의 구매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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