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00억불, 경제 영향 크지 않아 비준 불필요"
그러나 2008년 한-아세안 센터 MOU 반례 존재
年 50억원 비용임에도 국회비준동의 절차 밟아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한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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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0억 달러 상한 내에서 하는 것이라 경제 상황과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500억달러 대미투자 MOU(양해각서)에 대한 국회비준동의가 불필요한 이유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밝힌 내용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회비준동의를 언급했던 지난 9월에는 미국이 3500억달러 선불지급을 요구했었고, 연 최대 200억달러로 쪼개졌으니 우리 외환시장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과거 MOU 형식이면서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밟았던 건을 분석해 보면 재정부담은 연 50억원에 불과했던 사례가 있다. 헌법이 규정한 국회비준동의 대상 기준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은 일단 소요재정이 있는 조약이나 조약으로 여겨지는 건이라면 비준동의안을 마련해 국회의 심사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대미투자에 대해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대미투자협력특별법 제정으로 갈음하려 하고 있다. 근거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형식이라는 점과 함께, 헌법 60조상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한 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비준을 이야기한 건 9월인데 그때는 (미 측 요구가) 3500억달러 선불지급이었고 MOU 형태가 불가능해 국회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다 쪼개 연 200억달러 상한 내에서 하는 것인데다 경제 상황과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로 운용이 가능하다. 내용이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뒤집는 반대의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간의 한-아세안 센터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다. 서울에 한-아세안 센터를 설립해 무역규모와 투자흐름을 늘리고 관광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게 골자인 MOU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센터 운영에 연 50억원의 재정부담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비준동의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신인 ‘통일외교통상위’는 당시 검토·심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확대계획에 비춰 볼 때 2008년 30억원, 2009년 이후 매년 50억원 재정부담은 큰 부담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헌법 60조 1항 규정에 의해 동 양해각서를 비준 동의함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고 짚었다.
즉, 검토보고서부터 곧장 크지 않다고 단언할 정도로 작은 재정부담이라도 헌법 취지에 따라 비준동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미뤄 보면 민주당이 주장한 경제 영향이 작다는 게 국회비준동의를 생략할 이유가 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MOU 형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본 비준동의안 대상조약은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기본협정의 부속조약이 아닌 별개의 조약이므로 양해각서 명칭은 부적절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며 “그 중요도를 불문하고 법인격을 갖는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조약의 명칭을 통상의 정식조약과 달리 양해각서라는 명칭으로 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고 할 것임”이라고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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