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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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퇴근길에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한 마이캡 택시를 이용했다. 마이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서울·인천 지역 공식 가맹 브랜드다. 목적지에 도착해 선불형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하자 A씨 휴대전화에는 ‘결제 완료’ 알림이 떴고, 기사가 이를 확인한 뒤 A씨는 곧바로 하차했다. 그러나 집 앞에 도착한 직후 기사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기사 단말기에는 결제 승인 내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3만원대 요금을 재결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A씨는 “결제 완료 알림이 떴다”며 이중 결제를 우려해 거부하자, 기사는 “그럼 계좌이체로 보내라. 중복이면 돌려주겠다”며 재차 결제를 압박했다. 실랑이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잠시 후 A씨는 카카오T로부터 ‘미결제 승객으로 신고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메시지에는 “경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결제가 정상 처리된 승객이 기사와 플랫폼 양쪽에서 동시에 미결제 책임을 요구받는 상황이었다.
◇ 시스템 오류에도 ‘나 몰라라’… 카카오T 구조적 허점
19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의 직접 결제 기능은 호출·배차·운행 기록은 플랫폼이 통합 관리하지만 결제 승인 정보는 결제사·정산사 시스템을 거쳐 별도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승객 휴대전화에 ‘결제 완료’가 떴더라도 기사 단말기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구조적 허점으로 인해 고객과 기사가 모두 피해자가 되는 분쟁이 반복되는 셈이다.
A씨는 결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T 고객센터 채팅 상담을 요청했지만, 상담원은 결제 완료 화면을 제출한 A씨에게 “직접 결제는 조회가 불가능하다” “기사님과 직접 조율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상담은 아무 조치 없이 일방 종료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임에도 불구하고 결제 오류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동결제와 달리 고객이 직접 결제를 선택한 거래는 플랫폼 외부에서 이뤄지는 결제로 분류된다”며 “플랫폼을 통한 결제가 아니기 때문에 즉시 확인이 어렵다. 정산사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산사에 따르면 결제 시도 중 실패 후 환불 처리되거나 지연 응답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며 “승객이 정산사 고객센터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출·배차·운행까지 플랫폼이 관리하는 구조에서 정작 결제 오류만 외부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은 이용자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사실상 독점 사업자이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나 분쟁 상황에서 책임을 외부로 넘기는 방식은 지배적 사업자만 가능한 패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카카오 가맹택시는 결제 시스템 구조 자체가 카카오 플랫폼에 얹혀 있어 책임을 회피하기가 어렵다”며 “일반 호출이더라도 결제 안내가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이상 ‘승객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직접결제의 경우 플랫폼을 거치는 결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플랫폼에서 결제 완료 여부 등 세부 사항을 확인하는데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 시장 지배력 속 반복되는 책임 회피 논란
카카오T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 1400만명 이상을 확보한 최대 택시호출 플랫폼이다. 그러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오류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이 즉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중재할 절차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승객이 실제 탑승하지 않았는데 자동결제가 처리된 이른바 ‘오인 탑승 자동결제’ 사건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판단 권한이 없다”며 지자체 민원을 안내했다. 피해 승객은 결국 경찰서까지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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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결제 구조에서도 기사 앱에 요금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 악용돼 과다 청구가 발생하는 사례도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톨게이트 통행료가 중복 반영되는 사례까지 있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 요금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경쟁사 호출을 제한하고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이른바 ‘콜 차단·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반복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구조적 시장지배력이 소비자·기사·경쟁사 모두에 불리한 환경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결국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사실상 독점 사업자가 기본적인 검증 절차와 중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카카오T처럼 호출·배차·운행·결제가 한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에서는, 결제 오류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이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용자에게 대응 절차를 안내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수인데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은 결제 완료 알림을 믿고 하차했는데 고객센터가 ‘직접 알아서 해결하라’고 안내하거나 상담을 일방 종료한 것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센터 상담 이후에도 원인 확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승객, 기사와 소통하며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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