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8 (월)

    생살 찢는 암검사 해도 울음 참던 아이…40년 뒤 암센터 구축 지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이 지난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취없이 생살을 찢어서 암 조직검사를 하는데도 울지 않았어요. 제가 울면 엄마 마음이 더 아프니깐요.”

    40년 전 림프종암 진단을 받고 2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한 박동석(46)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의 일화다. 2년 전 첨단산업국장으로 발령받자마자 그는 소아암 치료에 효과적인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추진해왔다.

    최근 부산시가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양성자치료센터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박 국장을 18일 만나 인터뷰했다.



    방사선 치료 정상세포까지 파괴…비수도권 최초 입자치료센터 추진



    “제 턱이 좁고, 목이 유난히 가늘며 어깨가 좁지 않냐?”는 말로 입을 연 박 국장은 “40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세포까지 파괴돼 상체가 덜 발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앉은 키는 작지만 하체는 롱다리”라며 웃음 짓던 그는 “암 조직만 사멸시키는 입자(중입자·양성자)치료를 받으려면 수도권에서 가야 하는 게 지방 의료계의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현재 양성자 치료센터는 국립암센터(경기도 고양), 삼성서울병원(서울) 등 2곳, 중입자 치료센터는 연세세브란스병원(서울) 1곳만 운영 중이다.

    그는 “7대 광역시 중 1인당 암환자가 가장 많고, 관광 자원이 풍부한 부산에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부산 기장군에 2027년 서울대병원의 ‘중입자치료센터’가 들어서고 2032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운영하는 ‘양성자치료센터’까지 완공되면 초기부터 말기암까지 부산에서 모두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27년 완공되는 ‘수출용 신형연구로’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재생의료 연구를 진행하면 ‘생산-연구-치료’ 체계가 완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을 암치료 특화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게 박 국장의 전략이다.

    관건은 예산 확보다.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에만 2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국장은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업단지에 중성자 도핑을 활용한 전력반도체와 방사선 테스트 인프라가 구축되면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중앙일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경. 사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흙수저 출신 5수 끝에 행시 합격…“서민 위한 정책 끊임없이 개발할 것”



    흙수저 출신이라는 박 국장은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다섯번 도전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학창시절 ‘침묵하는 다수’에 속했다는 그는 2007년 공무원이 되면서 180도 변했다고 했다. 박 국장은 “쌀장사 하며 고생한 부모님 영향 때문인지 어렵게 사람들을 보니 사명감이 저절로 생기더라”며 “서민을 위한 정책을 기획하고 책임감있게 밀고 나가다보니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3년 전국 최초 상설 야시장 도입을 시작으로 2021년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통과, 2024년 해운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선정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 중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지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한 것을 지금까지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성과로 꼽았다. 박 국장은 “신공항추진본부장으로 긴급 투입된 이후 엄청난 업무량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어금니 4개가 녹아내렸다”면서도 “24시간 운영 가능한 신공항을 염원하는 시민의 뜻을 관철시켜 뿌듯했다”고 말했다.

    매일 20편이 넘는 연구 보고서를 읽는다는 그는 “글로벌 트렌드를 익혀 부산을 첨단 AI 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서민들의 삶이 편안해지는 데 기여한 공직자로 기억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