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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79달러로 ‘스팀 머신’ 만들기…스팀 덱을 거실용 게임 콘솔로 바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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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브가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에 도전할 거실용 PC·콘솔 ‘스팀 머신(Steam Machine)’을 공개했다. 하지만 밸브에는 이미 거실형 게임 시스템이 있다. 바로 스팀 덱이다. 닌텐도 스위치처럼 독(dock)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필자는 스팀 덱을 즐겨 사용하지만 TV에 연결해 본 적은 없었다. 도크를 구매해 직접 연결해 본 결과, 스팀 덱을 거실용 게임기로 바꾸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다만 사용 전에 알아둬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도 있었다.


    아래에서는 필요한 준비물과 설치 방법, 그리고 사용 중 겪을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필요한 것은 독 하나

    닌텐도 스위치와 달리 스팀 덱은 기본 독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을 하나 추가하면 스위치와 유사한 사용 경험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필자는 밸브의 공식 스팀 덱 도킹 스테이션을 79달러에 구매했으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확인했다.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는 있다. 더 저렴한 독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는 사용자가 많다. 참고로 앵커는 30달러짜리 스팀 덱 전용 독을 판매한다. 필자가 직접 사용해 본 제품은 아니지만, 앵커 하드웨어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신뢰할 만한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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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서드파티 독은 전원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지만, 스팀 덱 독은 어댑터가 기본 포함돼 있어 구성이 괜찮은 편이다. 더욱이 스팀 덱 구매 시 제공되는 전원 어댑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어댑터를 추가로 마련할 필요도 없다.


    설치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독을 전원에 연결하고 HDMI 케이블로 TV와 연결하면 기본 준비가 끝난다. 이후 스팀 덱을 독에 올려두고, 독에서 나온 작은 USB-C 케이블을 스팀 덱 상단 포트에 연결하면 모든 설정이 완료된다.


    그 외 필요한 것

    스팀 덱을 독에 제대로 올려두었다면, 이제 몇 가지 주변기기를 연결하면 된다. 최신 엑스박스 컨트롤러는 호환성이 좋지만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만큼 입력 지연에 대한 의견이 종종 나온다. 그럼에도 필자가 사용한 제품은 큰 문제 없이 잘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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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도 동일한 방식으로 무선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스팀 덱 독에는 USB 포트가 마련돼 있어 유선 컨트롤러, 키보드, 마우스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하지만 유선을 쓰고 싶지 않다면 무선 USB 리시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주변기기가 이 방식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제품은 호환된다. 장치에 작은 USB 동글이 포함돼 있다면, 이를 꽂은 뒤 장치를 동글 기반 무선 모드로 전환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TV를 게임 모드로 전환

    입력 지연, 즉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 반응이 늦게 따라오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TV의 화면 설정 메뉴에서 ‘게임 모드’를 활성화하면 된다. 이 모드는 입력 지연을 줄여주기 때문에 많은 TV에서 만족스러운 게임 환경을 위해 사실상 필수적인 기능이다.


    화면 해상도도 조정

    스팀 덱의 기본 해상도는 1,280×800이지만, 출력 자체는 더 높은 해상도도 지원한다. 필자가 테스트한 TV에서는 최대 4K까지 출력됐고, 1,080p에서도 상당히 준수한 품질을 보여줬다. 다만 해상도를 높일수록 스팀 덱의 처리 부담이 증가하며, 특히 고사양 AAA 게임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다. 스팀 덱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게임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또 하나의 큰 제약도 있다. 스팀OS는 게임스코프(Gamescope)라는 디스플레이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며, 이 시스템이 휴대 모드에서는 적절하지만 독 모드에서는 비효율적인 특정 해상도로 게임을 고정하는 경우가 있다. 조정할 수는 있지만, 설정 과정이 직관적이지 않아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번거로울 수 있다.


    게임이 원하는 해상도로 실행되지 않을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 - 먼저 설정 메뉴에서 ‘설정 > 디스플레이’로 들어가 외부 디스플레이의 자동 해상도 설정을 끈다. 혹시 모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 - 다음으로 해당 게임의 ‘속성 > 일반’ 메뉴에서 ‘해상도 수동 지정’을 선택하고 TV에서 적용하려는 목표 해상도를 직접 입력한다.
    • - 그런 뒤 게임을 실행해 자체 설정 메뉴로 들어가 사용할 수 있는 해상도 중 더 높은 값을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효과가 있었고, 흐릿한 저해상도 화면을 비교적 선명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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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밍 성능은 불안정할 수도 있음

    스팀 덱은 거실용 콘솔로 꽤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필자는 소파에 앉아 엑스박스 컨트롤러로 ‘하데스(Hades)’를 즐겼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었다. 닌텐도 스위치 2를 새로 사서 e숍에서 같은 게임을 재구매할 필요 없이, 이미 보유한 게임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스팀 덱의 게임 스트리밍 성능은 일정하지 않다. 필자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80 기반 PC에서 ‘둠: 더 다크 에이지(Doom: The Dark Ages)’를 스트리밍해 봤는데, 휴대 모드에서는 예상 밖으로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그러나 스팀 덱을 독에 연결하고 블루투스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사용할 경우 상황이 달라졌다. 와이파이 신호가 블루투스 연결에 간섭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입력이 끊기듯 불안정하게 반응했다.


    블루투스 문제를 제외해도 모든 게임이 ‘둠’처럼 잘 스트리밍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테스트한 바로는 오히려 요구 사양이 낮은 게임일수록 스트리밍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게임 엔진이나 렌더링 방식(벌컨, 다이렉트X 12, 다이렉트X 11 등)에 따라 편차가 컸고, 변수도 너무 많았다. 결국 스팀 덱에서 네이티브로 실행하는 편이 네트워크 스트리밍보다 안정적이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했다.


    필자는 과거 데스크톱 PC 게임을 TV로 스트리밍하기 위해 쓰였던 밸브의 단종 제품 ‘스팀 링크(Steam Link)’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제품 역시 만족스러운 스트리밍 품질을 제공하지 못했다. 필자에게 스팀의 스트리밍 기능은 늘 들쭉날쭉했기 때문에, 지금도 네트워크 스트리밍보다 로컬 실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스트리밍을 꼭 하고 싶다면 스팀의 기본 스트리밍 기능 대신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활용해 스팀 덱으로 스트리밍하는 방법이 있다. 이 서비스는 엔비디아 서버에서 직접 게임을 실행해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필자는 여러 해 동안 PC에서 직접 스트리밍하는 방식보다 지포스 나우가 훨씬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한다고 느껴왔다.


    아쉬운 점

    스팀 덱은 독 모드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하지만 몇 가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닌텐도 스위치와 비교하면 해상도 설정을 손봐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원래라면 자동으로 문제없이 작동해야 할 요소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스팀 덱은 휴대 모드에서는 최적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지만, 외부 디스플레이와 연결하면 완성도가 한 단계 떨어진다.


    스팀 덱은 기본적으로 손에 들고 쓰는 형태에 최적화된 기기다. 이론적으로는 게이밍 PC에서 게임을 스트리밍해 TV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연결 품질이 안정적이지 않다. 스팀 라이브러리의 모든 게임이 항상 원활하게 스트리밍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독 모드로 스팀 덱을 사용하면서 필자는 오히려 강력한 스팀OS 기반 콘솔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달았다. 거실에서 PC 게임을 즐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TV 화면에서 윈도우 데스크톱 환경을 다루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4K TV 화면에서 원드라이브 홍보 창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광고를 클릭하며 정리하는 모습은 편안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스팀OS는 TV 화면에서 쓰기 좋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해상도 설정이 조금만 더 매끄러웠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환경이 될 것이다. 스팀 덱이 거실에서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경쟁하려면 더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새 스팀 머신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전까지는 독을 연결한 스팀 덱을 사실상 스팀OS 기반 콘솔처럼 활용하며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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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 Hoffm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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