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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왜 시중은행보다 낮아졌을까 [Deep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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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5개 저축은행 이자 비용 추이 분석

    이자 비용 전년比 예금 16%↓…적금 24%↑

    “건전성 회복 최우선, 대출 축소 영향”

    30일 초단기 고금리 특판 위주 판매

    저축은행 이용고객 연령대 4050→2030 확대

    헤럴드경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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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 2.6%인데, 시중은행서 3%대 예금 등장.”

    기존에 많은 예테크족이 여유 자금을 맡기기 위해 선택했던 저축은행은 이제 그 선택지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 살펴봐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는 거의 사라지거나 일각에선 금리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거시적인 금리 인하 외에도, 각 금융권이 처한 특별한 사정과 전략들이 숨어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도, 동시에 초단기 고금리 적금 특판을 연이어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이해하면, 현재 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수신 확대는 어렵지만, 고객군 확보는 해야겠고…”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보통 시중은행보다 0.5~1.0%포인트(P) 높은 금리로 수신을 유치하는 저축은행이 현재는 그 격차가 거의 0%대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12개월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저축은행이 2.68%인 반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5∼2.85%다. 은행별 전월취급 평균 금리로 보면 2.30%~2.50 수준인데 이는 저축은행 평균금리(2.68)과 불과 0.18~0.38p 차이에 그친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저축은행보다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이달에만 서너차례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인상하는 은행도 있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대로 상승하면서, 6개월 만에 예금 상품 최고금리를 연 3%대로 끌어올리게 된 것이다. 가령 ‘신한my플러스정기예금’(신한은행) 최고금리는 연 2.80%에서 3.10%로 0.30%p 상승했고,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우리은행) 최고금리가 연 2.80%에서 3.00%로 인상됐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이 은행과의 예금 금리를 역전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낮은 예금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저축은행업권에 ‘건전성 관리’라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대출 부실이 가속화되면서 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3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데 집중해 왔고, 올해 들어서야 겨우 순이익을 실현했다.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로 인해 신규 대출 취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대출할 곳이 줄어들면 고객의 돈을 모을 유인도 부족해진다. 빌려줄 곳이 없는데 수신만 모은다면 이자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저축은행이 수신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이자 비용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상위 5개 저축은행의 2025년 상반기(1~6월) 정기예금 이자 비용은 2861억 원으로, 전년 동기(3431억 원) 대비 16.7% 감소했다.

    ‘연30% 초단기 고금리 상품 등장’이라는 역설
    하지만 영업단위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수신을 줄이면 영업 기반이 급격히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 기반 확대라는 고민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저축은행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초단기 고금리 적금’을 떠올렸다. 적금 상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올해 상반기 정기적금 이자 비용은 34억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27억9500만원) 대비 24.1% 증가했다.

    사실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정기적금 이자 비용은 10분의 1수준으로 그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금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데에는 고객 기반 확대라는 ‘마케팅’ 셈법이 숨어있다.

    저축은행은 카드나 보험 상품을 ‘끼워 팔아’ 우대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금융사 협업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 그동안 소폭의 예금 우대 혜택을 제공해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을 취해왔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건전성 과제로 금리 우대 전략이 지속 가능해지지 않으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적금을 떠올린 것이다.

    가령 SBI저축은행은 이달 ‘한달적금 with 교보’를 출시했다. 매일 만원씩 한 달간 내는 초단기 적금으로, 최대 연 30%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만 해도 3만원 상당의 교보문고 전자책 구독 할인권과 교보문고 교환권을 제공해, 이자 보다 더 큰 혜택을 노리는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OK저축은행도 지난 8월 연 20.25%의 ‘OK 트라이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한 달간 매일 만원씩 30일 동안 내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드라마 ‘트라이’ 시청 인증을 하면 추가로 15%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색적인 우대금리 혜택은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된다.

    젊어지는 저축은행 고객…2030 세대로 저변 확대
    고금리 단기 특판 적금이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 효과를 준 만큼, 고객 연령대에도 변화가 일었다.

    실제로 SBI 한달적금은 20대·30대 비중이 전체 고객의 약 25%를 차지한다. 40·50은 60%, 60대 이상이 15%다. 전체 비중으로 놓고 보면 20대·30대 비중이 40대·50대에 비해서는 적지만, 과거 4050이 대부분의 고객군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고객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은 40·50대 이상의 여유 자금을 보유한 고객들이었으나, 고금리 단기 적금 상품의 출시 이후 20·30대 신규 고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저축은행에서는 예금 비중은 줄이고, 초단기 적금은 늘리는 ‘투트랙 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 확대보다는 자산 건전성 제고와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둔 경영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조달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올해의 핵심 과제”라며 “예금 금리는 낮추되 적금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으려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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