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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BOE-삼성디스플레이 합의가 남긴 파장…'LCD식 대확장 전략' 제동 [소부장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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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C 모바일 OLED 소송 종료…8.6세대 투자는 진행되나 비용·속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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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진행해 온 모바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특허 분쟁을 사실상 매듭지으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미묘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BOE가 특허 사용료 지급을 전제로 합의에 응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은 IT(노트북·태블릿) OLED 투자 자체를 막는 수준은 아니지만 BOE가 추진해 온 대규모 증설 전략의 속도와 투자 효율성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BOE, 강경 기조 접은 이유…ITC 제재 리스크가 결정적

    20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8일 공고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모바일 OLED 패널 특허 소송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17일 예정됐던 최종 판결은 양측의 막판 조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BOE의 이번 선택은 지난 2년간의 대응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BOE는 스마트폰 OLED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삼성디스플레이와 정면 경쟁을 펼쳐왔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LCD 시절의 공격적 증설 경험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전략을 다시 한번 OLED에서도 재현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ITC가 올해 7월 BOE의 미국향 모바일 OLED 패널에 대해 14년 8개월 수출 제한이라는 예비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 판결이 확정되면 BOE는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수준의 충격을 감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BOE 입장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라며 "합의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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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6세대 IT OLED 투자, 중단되지 않지만 '속도·구조'는 흔들릴 듯

    이번 ITC 사건이 IT OLED(8.6세대) 투자 자체를 직접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ITC 제재 대상은 모바일 OLED이며 BOE가 추진 중인 8.6세대 라인은 태블릿·노트북 중심의 IT용 패널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BOE는 이미 1단계 8.6세대 라인을 가동 중이며 연말을 전후해 2단계 증설을 위해 장비업계와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8.6세대 설비 확장 자체는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 효율성'과 '자금 여력'이다. 8.6세대라인은 자체적으로도 수조원대 선행비용이 필요한 초대형 사업이며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특허 라이선스, 추가 로열티 부담, 특허 회피를 위한 공정 설계 변경 가능성 등이 겹치면 전체 투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8.6세대는 모바일과 달리 IT용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구간이라 BOE가 투자를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로열티 부담 규모에 따라 증설 속도나 투자 강도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8.6세대는 장비·공정·소재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 작은 변수에도 원가 구조가 크게 흔들린다"라며 "BOE가 LCD 때처럼 '가격+양산 속도' 전략으로 승부하기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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