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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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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국보' 요시다 슈이치 장편 '죄, 만 년을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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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번역 출간에 기여한 맥스 포터의 소설 '샤이'

    소외된 이들의 크리스마스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연합뉴스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죄, 만 년을 사랑하다 =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요코하마의 사립탐정 란페이는 유명 백화점 창업자 우메다 소고의 손자에게 의뢰를 받는다. 은퇴 후 외딴섬에 은거하는 우메다 소고가 밤마다 '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이름의 보석을 찾는데, 그 보석의 비밀을 밝혀달라는 게 의뢰의 내용이다.

    란페이는 비밀을 풀기 위해 우메다 소고의 생일잔치가 열리는 섬의 저택으로 향한다. 우메다 일가 사람들과 초대받은 여러 사람이 모여드는데, 하필 매서운 태풍이 덮쳐 섬이 완전히 고립된다.

    잔치의 주인공인 우메다 소고는 암호 같은 다음 문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살인죄에 반대되는 죄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보'의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섬을 무대로 하는 정통 추리극이다.

    고립된 섬의 파티, 기묘한 의뢰를 받은 탐정, 정체불명의 보석 등 추리소설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작가 특유의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독특한 결말을 향한다.

    은행나무. 340쪽.

    연합뉴스

    [다산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샤이 = 맥스 포터 지음. 민승남 옮김.

    샤이는 고작 열여섯 살의 나이에 이미 인생의 막다른 곳에 섰다. 두 번 퇴학당하고 열다섯 살에는 생애 처음으로 체포당하며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는 '라스트 찬스'라는 이름의 대안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마지막 기회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대안학교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하면 더는 갈 곳이 없지만, 샤이의 마음에는 여전히 자기 삶에 대한 환멸과 폭력성, 불안과 수치심이 가득하다.

    결국 라스트 찬스를 떠나기로 한 샤이는 부싯돌로 가득 찬 배낭을 메고 몰래 빠져나간다. 그는 배낭을 짊어지고 물에 들어가 세상을 등질 마음으로 연못을 향해 걸어간다.

    영국 작가 맥스 포터의 소설로, 방황하는 소년 샤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과 결핍을 조명했다. 영화배우 킬리언 머피가 제작에 참여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티브'의 원작이다.

    때로는 짧게 끊어지다가 때로는 몇 쪽에 걸쳐 마침표 없이 문장이 계속 이어지는 등 독특한 리듬감으로 집필됐다.

    출판사 편집자이기도 한 맥스 포터는 맨부커상(현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국에 번역 출간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채식주의자' 샘플 번역본을 읽은 뒤 번역 출간을 추진했다고 한다.

    다산북스. 168쪽.

    연합뉴스

    [돛과닻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 오 헨리 외 6명 지음. 김영글 옮김.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노숙인, 가족을 잃은 사람, 유령을 보는 사람 등 불행을 겪는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소설 일곱 개를 엮었다.

    한스 안데르센, 오 헨리, 찰스 디킨스, 쥘 쉬페르비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뮤리엘 스파크,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을 각각 한 편씩 실었다.

    책의 제목은 쥘 쉬페르비엘이 쓴 수록작 '구유 옆의 소와 당나귀'에서 따 왔다. 가축인 소와 당나귀는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날 천사가 나타나 아기와 두 부모의 머리에 후광을 그려주는 걸 지켜본다.

    그러던 중 소가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라고 아쉬워하며 "천사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나나 당나귀나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니까. 게다가 우리가 무슨 공을 세웠다고 저런 후광을 받겠어?"라고 중얼거린다.

    이처럼 수록작들은 세상 모든 것이 축복으로 둘러싸인 듯한 크리스마스에 소외되고 불행한 이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세상 어딘가에는 그늘진 곳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돛과닻. 144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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