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R 하락·신탁계정대 급증…건전성 ‘경고등’
당국 규제 강화에도 “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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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에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으로 몸집을 키웠던 신탁사들이 경기 냉각과 함께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미분양과 공사 지연이 누적되며 막대한 비용을 떠안자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까지 내리며 ‘책준 리스크’가 업계 전반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530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39억 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행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중 우리자산신탁의 영업손실이 1846억 원으로 가장 컸고 교보자산신탁(-714억 원), KB부동산신탁(-292억 원), 무궁화신탁(-216억 원), 코리아신탁(-139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체도 9곳에 달했다.
누적 당기순손실 역시 1862억 원으로, 전년(-2282억 원)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업계의 재무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신탁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3분기 말 521.6%에서 올해 3분기 475.2%로 46.4%포인트 떨어졌다.
신탁계정대 역시 빠르게 불어났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신탁재산 명의로 빌린 자금으로, 사실상 사업이 실패하면 신탁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부담 채무다. 이 금액은 같은 기간 6조6930억 원에서 8조8355억 원으로 32.0% 증가했다. 신탁계정대가 늘어날수록 위험자산이 확대돼 NCR 하락으로 직결된다.
업계가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이다. 시공사가 약속된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준공을 대신하거나 손해를 보전하는 구조로, 호황기에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공격적 수주가 이뤄졌지만, 침체기에는 손실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대표 사례가 무궁화신탁이다. 2020~2021년 책임준공형 사업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미이행 사업장과 PF 부담이 급증하며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무궁화신탁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은 17곳, PF 실행잔액은 44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 판결 흐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시공사 부도나 외부 변수만으로는 신탁사의 면책이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해지면서, PF 대주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책임준공 확약을 전폭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신한자산신탁에 256억 원 전액 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유사 판단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리스크 축소에 나섰다. 금융위는 7월부터 책임준공형 위험을 NCR 산정에 더욱 폭넓게 반영하고, 토지신탁 예상위험액을 자기자본 10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무분별한 책임준공형 수주를 차단하고 재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 계열 신탁사들도 모회사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며 “사업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신탁사는 구조조정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효숙 기자 (ssoo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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