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개된 ‘살과 영’. 스물셋 바스키아는 캔버스 여러 폭을 경첩으로 이어 368.3㎝ 정사각형 대작을 만들었다. 주변 이미지는 『그레이 인체 해부학』. [사진 바스키아 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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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는 미술사와 시각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림을 통해 과거를 생생하게 그리는 데 탁월했다.”
1982년부터 바스키아 개인전을 열었던 화상 래리 거고지언의 말이다. 바스키아(1960~88)가 세상을 뜬 게 28세, 일찌감치 그를 알아봤던 이들은 여전히 현역이다. 화가로 활동한 건 단 7년이었지만 바스키아는 3700점 넘는 그림을 남겼다. 그는 왜 그리 그렸으며, 뭘 그렸을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의 주제는 기호와 상징이다.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
◆그레이의 해부학=8세 되던 1968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팔이 부러지고, 비장을 제거해야 했다. 입원해 있는 한 달 간 어머니가 준 『그레이 인체 해부학(Henry Gray’s Anatomy of the Human Body)』 책을 봤다. 1858년 초판 발행된 해부학의 고전이다. 이때 본 인체 이미지는 바스키아의 짧은 생을 지배한다. 그의 그림엔 해골, X선 촬영한 듯 뼈가 비치는 인체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살과 영’은 두 개의 패널에 그린 대작이다. 1983년 완성 직후 컬렉터 돌로레스 오르먼디 노이만이 1만 5000달러(약 2214만원)에 사들여 35년 넘게 간직했다. 1980년대 뉴욕의 신진 예술가들을 지원한 노이만은 이 그림을 두고 “바스키아의 개인적인 로제타 스톤”이라고 말했다. 로제타 스톤은 이집트의 로제타에서 발견된 비석으로 상형문자 해독의 실마리가 됐다.
온통 뼈와 장기로 가득한 그림이다. 쉽게 상처 입는 삶 속에서 바스키아는 죽음에 대한 강박, 인간의 유한성을 화폭에 남김없이 소진하고 갔다. 그림은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3070만 달러(약 453억원)에 팔렸다. 미국 파커 재단에서 대여해 DDP에 전시했다.
◆흑인 영웅=그의 그림엔 흑인으로서의 삶이 많이 담겼다. 예술계에서 드물게 성공한 흑인이었지만, 뉴욕 거리에서 택시 잡기도 어려울 만큼 차별에 시달렸다. 20대 바스키아는 그림으로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나” 물었다. 리움미술관 소장의 ‘무제(검은 인물)’도 그렇다. 크게 둘로 분할된 화면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오른쪽 검은 인물. 왼쪽에는 사회 불평등을 상징하듯 천칭을 그려 넣었다.
바스키아 그림에는 흑인 영웅이 반복해 등장한다. 권투의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 야구의 행크 에런, 재키 로빈슨, 재즈의 찰리 파커, 엘라 피츠제럴드도 화폭에 담았다.
◆왕관=바스키아의 서명과도 같은 상징이 된 왕관, 무슨 의미일까? 바스키아 전시를 35번 넘게 기획한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는 “우리가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치듯 바스키아는 왕관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그리는 인물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자신의 우상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젊은 예술가의 존재 증명”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원의 초상, 일명 왕’(1982)의 주인공은 뉴욕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앤서니 클락이다. 클락의 별명이 에이원(A-One)이었다. 스물두 살 바스키아는 친구이자 동료 예술가를 거리의 왕으로 추앙했다. 화려한 빨간 바지에 검은 몸통, 가면처럼 얼굴 전체를 뒤덮은 황금색 왕관의 색감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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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를 스캔하면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 중앙 플러스’의 ‘The Art 멤버십’ 가입 링크로 이동한다. 바스키아 특별전을 최저가에 볼 수 있다. 가입자들께는 더 중앙 플러스 구독권과 함께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초대권을 드린다. 초대권은 전시 종료일인 내년 1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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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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