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작가가 2017년 출간한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몬드는 윤재와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친구 곤이의 성장기를 그린다. 곤이는 어렸을 때 길을 잃어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의 보살핌이 없어 불량 청소년으로 성장한 뒤 극적으로 부모를 다시 만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채 지내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윤재에게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윤재의 16세 생일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날 윤재 가족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행복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묻지마 살인범을 맞딱뜨린다. 할머니는 목숨을 잃고, 어머니도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그런 윤재를 향해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사진 제공= 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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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좀처럼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장례식 당일날 아침, 쾌청한 공기를 느끼며 '엄마 일만 없었다면 산책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까지 생각한다. 뫼르소가 후일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고, 심문 과정에서 장례식장에서의 뫼르소의 무감정한 행동은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다.
카뮈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이방인을 출간했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마음붙일 곳을 잃어버린 그래서 세상 모든 일에 무감각한 뫼르소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셈이다.
아몬드 속 윤재의 할머니와 어머니도 묻지마 살인이라는 폭력의 희생양이다. 묻지마 살인이 늘어나는 오늘날은 또 다른 폭력의 시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마치 이방인처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손원평 작가도 과거 아몬드를 출간한 뒤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너무 화가 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람들을 '쪼아서' 터트리려고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사진 제공= 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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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는 결국 윤재와 곤이는 이방인이 아니라고 답하는듯 희망으로 나아간다. 윤재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상황에서도 따뜻한 감정을 배우려는 노력을 계속 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곤이도 서서히 변해간다. 노력의 보상인양 윤재의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곤이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곤이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건우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윤재와 후천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린 곤이 중 윤재에게서 더 연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건우는 "그런 윤재가 조금씩 변화해 가고 감정을 알아가려고 하는 과정들이 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며 "원작 소설을 읽고 무척 뭉클한 마음이 들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몬드는 오는 12월14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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