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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원숭이두창 죽음 당기는 '방아쇠', 한국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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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엠폭스 감염자의 손에 나타난 발진 증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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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폭스(원숭이두창) 악화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국내 연구팀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향후 엠폭스 치료제 개발 등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백신연구과·이상준 UNIST 교수·김대식 성균관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급성 발열·발진성 질환인 엠폭스는 아프리카 중심으로 유행하며,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내 환자도 지난해 기준 17명 나왔다.

    발열·두통 등을 거쳐 발진이 나타나는 게 엠폭스의 주요 증상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치명률은 3% 안팎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몸 안에서 과도한 염증 폭주(사이토카인 폭풍)가 일어나면 정상 조직까지 파괴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증 환자에게 폐 손상, 피부 괴사, 전신 염증 등이 생기는 게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AIM2 단백질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임을 규명했다. AIM2가 외부에서 침입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하는 '센서' 역할을 맡는다는 걸 확인하면서다. 몸속에 많은 DNA 감지 단백질이 있지만, 그 중 AIM2만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DNA를 실제로 감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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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시 AIM2 단백질 센서가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 자료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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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결과, 바이러스 DNA를 인식해 활성화된 AIM2가 염증 소체(감염 신호가 들어올 때 세포 안에서 조립되는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 염증 소체가 카스파제-1 효소(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잘라 활성형으로 바꾸는 효소)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신호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식이다.

    이는 엠폭스 발병 후 중증으로 악화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구팀이 AIM2를 억제했더니 쥐 폐 조직의 염증 반응, 세포 사멸이 완화되는 걸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면역학 학술지인 '세포와 분자 면역학' 최근호에 실렸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중증도·염증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에 따라 엠폭스 대유행 대비를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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