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오래된 뜬구름' (사진=열린책들 제공) 2025.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황혼 무렵에는 항상 무수히 많은 작은 소리가 울려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불안했다. 이 모든 것의 뒤에 거대하고 저항할 수 없는 파멸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중국의 카프카' 찬쉐(?雪)의 초기 작품 '오래된 뜬구름'(열린책들)이 번역 출간됐다. 소설은 두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부부의 집 앞 닥나무 한 그루에 꽃이 핀 고요한 풍경을 그리면서 이와 대비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인물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경계하며 알 수 없는 불안을 드러낸다. 일상적 관계 속에서 스며드는 기묘한 긴장감이 작품 전체를 뒤덮는다.
저자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악함의 충동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의 생활을 염탐하며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 하고, 이를 통해 희열과 쾌감을 얻는다. 또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장면들은 인간 본성과 삶의 부조리를 한층 두드러지게 만든다.
추한 것을 미적 대상으로 삼는 저자 특유의 표현 방식이 작품 곳곳에 녹여져 있다. 그가 어린 시절 겪은 문화 대혁명은 이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문화 대혁명의 영향으로 초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스스로 문학과 철학을 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간의 추악성과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묘사는 극단적인 감시와 비이성이 팽배한 당시를 반영한 결과다.
1986년 현지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하다는 평과 함께 문학 세계의 초석이 된 작품이란 평을 받는다. 현실의 어둠이 짙게 드리운 세계 속에서 독자는 오히려 미세한 한 줄기의 빛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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