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 (사진=허블 제공) 2025.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직관만이 열어내는 세계가 있으므로, 시인들은 SF 없이도 시를 쓰겠지만, SF에는 시인들이 필요하다."
국내 최초 SF 시집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허블)이 출간됐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장르에 시인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SF 소설을 주력으로 출간한 출판사가 이번만큼은 소설 대신 시를 장르에 도입했다. 참여한 시인은 총 12명. 김수영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HKW 국제문학상 등 국내외 주요 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올해 대산문학상의 주인공 신해욱을 비롯해 이제니, 김승일, 김현, 서윤후, 조시현, 최재원, 임유영, 고선경, 유선혜, 한영원이 참여했다. 각각의 시인은 발표하지 않은 시 3편을 이번 시집에서 소개했다.
흔한 앤솔로지 작품처럼 한 작가의 글을 나열하는 식으로 구성하기보다 곳곳에 분산시켜 수록했다. 작가별 작품에 초점을 두는 대신 시집 전반에 주목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마치 시인 한 명이 전체의 시를 쓴 것처럼 보인다. 출판사는 "시집 속 개별 시들은 그 앞과 뒤의 시들로, 그 시들의 묘한 연결들로 맥락화되어 별자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의 언어는 SF 요소를 충분히 갖고 있다. 인 평론가는 시는 시점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특징을 강조했다. "소설은 인과나 플롯으로 시간을 설계해야 하지만 시에서는 언어 자체가 시간의 매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울과 거울 사이에서 너는 너 아닌 무엇으로 변모하고 있다/거울을 바라보는 거울은 무한이 아닌 무한을 너에게 투사하고 있다//너로 인해 거울은 무한을 반영하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너로 인해 무한은 무수히 태어나는 너를 닮아가고 있다" ('되기-거울을 바라보는 거울' 중)
또 시 속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된다.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성은 무엇인지 묻는 방식이다.
"영화배우는 좀비 분장을 하고 있었다. 좀비와 좀비 분장을 한 영화배우가 구분되지 않았다. 영화배우가 사랑을 연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략) 좀비가 나의 갈비뼈 하나를 뚝 분질러 갔다. 그것을 고아 먹은 좀비는 목덜미가 뜯긴 사람 되었고, 세계적인 영화배우 되었다. 덕분에 나는 욕조로 다시 태어나 그가 살아생전 찍은 영화를 재현한 것이다." ('결정적인 감염' 중)
SF와 시의 결합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SF'와 '시집'이라는 두 단어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떠올리며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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