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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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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성공 기쁘다”는 엔비디아…그들의 미소는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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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SNS에 “구글 AI 분야에서 큰 발전”

    “우리는 한 세대 앞서 있다”…‘우월성’ 부각도

    세계일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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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메시지가 업계 관심을 끈다.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 개발 축하로 운을 띄운 이 글에는 치열하게 전개되는 AI 인프라 경쟁에 대한 엔비디아의 속내가 숨어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구글의 성공이 기쁘다”며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고,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경쟁을 부각하지 않는 듯한데, 다음 문장에서 엔비디아는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고 모든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축하에서 우월성 부각으로의 전환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특정 AI 구조나 기능에 맞춰 설계된 ASIC(맞춤형 칩)와 다르게 우리는 더 높은 성능과 더 넓은 활용성, 더 큰 범용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반도체보다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 생태계가 우위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식이나 어휘 선택이 공격이나 대립을 피하면서도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스스로를 어떤 위치에 두는지 보여준다. 축하의 외형과 ‘우리는 여전히 앞서 있다’는 단언 공존은 조용한 경고다.

    엔비디아는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비교나 도발이 아니라 스스로를 산업 표준이자 가장 폭넓은 선택지로 두는 방식이다. AI 인프라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이미지 유지 안에는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엔비디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글에서 “구글의 성공이 기쁘다”며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고,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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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의 새삼스러운 GPU 성능 부각은 AI 칩 분야에서 경쟁자로 부상하는 구글을 향한 묵직한 견제구로 보인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구글이 내놓은 최신 AI 챗봇 ‘제미나이3’는 추론 성능과 코딩 실력 등에서 AI 챗봇 강자인 오픈AI의 ‘챗GPT 5.1’보다 훨씬 낫다는 호평을 받는다. 무엇보다 AI 인프라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엔비디아의 GPU를 쓰지 않고 개발했다는 점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텐서처리장치(TPU)라고 불리는 AI 칩을 제조해왔으며, 이 제품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엔비디아 GPU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도 지난달 말 구글의 TPU 100만개를 탑재한 클라우드 이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7세대 TPU ‘아이언우드’를 출시하며 제품 공급 정책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간 자사 클라우드를 통해서만 제품을 이용하도록 해 온 데서 벗어나 TPU를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메타가 이 방식으로 구글의 TPU를 도입할지를 협의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엔비디아로서는 주요 고객사인 메타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되는 데다, 구글이 좀 더 직접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게 되는 셈이다. TPU는 AI 연산에 특화한 구글 자체 반도체로 2015년에 출시됐지만 지금껏 엔비디아의 GPU 열풍에 밀려 AI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이번 달에 15% 올랐고, 시가총액은 3조9000억달러(약 5800조원)로 4조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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