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회고전 '무한변주'…도자·아카이브 160여 점으로 창작 세계 조명
전통 재현 넘어 현대적 실험으로…'아프리카의 꿈'·'묵시록' 등 대표 연작 총망라
신상호 작 '아프리카의 꿈-머리' |
(과천=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도자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이어 온 '흙의 예술가' 신상호(78)의 창작 여정을 조명하는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가 오는 2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다.
신상호는 한국 현대 도예를 이끌어 온 대표 작가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해 사회와 미술의 변화를 흡수하고 흙을 매개로 조각과 회화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도자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통해 약 60년에 걸친 신상호의 '흙의 여정'을 보여준다.
제목 '무한변주'는 한국 도자의 전통적 형식과 의미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 온 그의 끊임없는 실험을 상징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신상호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고 그것만 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항상 반항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며 계속 변하는 것이 내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시전경 |
신상호는 1965년 홍익대학교 공예학부에 입학한 해에 경기도 이천의 가마를 인수하며 전통 도자 제작을 시작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서 한국 전통 도자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며 국가 수출품으로 주목받자 이천의 다른 도자 장인들과 일본 전시에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다.
전통 도자를 제작하던 그는 국내 최초로 가스 가마를 도입하고 정교한 디자인의 생활 식기를 제작하며 화가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모색했다.
신상호는 "처음 가스 가마를 들여오자 전통 방식과 다르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하지만 가스 가마는 전통에 과학을 더한 것이다. 지금은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신상호 도자 작품 |
청자의 유약에 구리 성분이 반응해 나타나는 붉은 빛이 특징인 '청자진사화문호'는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전통 도자의 미감을 보여준다.
신상호는 이러한 작품으로 일본 주요 백화점 갤러리에 초대돼 활발히 활동했고, 국제 무대에서 현대 도예에 대한 시각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다.
전시전경 |
신상호는 전통을 단순 재현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실험해야 할 개념으로 바라봤다. 1980년대 들어 국제화의 물결이 일자 도예의 전통적 규범을 과감히 넘어서며 '도자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990년부터 시작한 '꿈' 연작은 흙으로 동물 형상을 조각해 구워낸 작품이다. 흙을 단순한 재료가 아닌, 생명의 원초적 에너지를 담는 매체로 인식한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꿈' 연작은 이후 흙의 생명력과 구조적 힘을 형상화한 대표 연작 '아프리카의 꿈'으로 이어졌다.
신상호의 도자 외벽 작품이 설치된 콘코디언 빌딩(전 금호아시아나 사옥) |
신상호의 작업은 도자와 건축의 결합으로 이어졌다. 그는 도자 타일 '구운 그림'을 이용해 대규모 외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의 '밀레니엄 타이드'를 시작으로 금호아시아나 사옥(현 콘코디언 빌딩) 외벽이 대표적 사례다.
신상호 작 '묵시록-적' |
그의 색 표현은 회화로도 확장했다.
신상호는 "흙은 너무 어렵지만 좋은 재료"라며 "흙이 고갈되지 않는 것처럼 흙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도 고갈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도예가들을 향해 "극복하고 넘어서면 자기 것이 되니 흙이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고 도전 정신을 갖고 극복해 나가라"고 조언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신상호 작가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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