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틀레프 쥘케(Detlef Zuhlke) 박사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AIoT 위크 코리아'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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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스마트팩토리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데이터 처리, 생산 최적화 등에 AI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최근 2025 AIoT 위크 코리아 현장에서 만난 데틀레프 쥘케(Detlef Zuhlke)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스마트팩토리의 모든 걸 가속할 열쇠”라며 이렇게 말했다.
쥘케 박사는 세계 최초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인 '스마트팩토리-KL'을 설계한 인물이다. 독일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제조 확산과 유럽 제조업의 표준화 작업을 이끌어온 선구자다. 은퇴 후에도 스마트 제조 연구소 간 협력 네트워크 '스마트팩토리-EU'를 설립해 정책·기술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스마트팩토리와 AI 결합이 필요한 이유로 제조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들었다. 최근 제품 라이프사이클은 짧아지고, 소비자 요구는 복잡해지고 있다. 기존 공급망 체계만으로는 이런 복잡성과 속도에 대응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유연한 생산 구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주저하고 있다. 쥘케 박사는 “교육 부족과 투자 효과에 대한 회의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AI가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최적화 기능을 통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틀레프 쥘케(Detlef Zuhlke) 박사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AIoT 위크 코리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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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 전환은 대부분 기존 설비에 새로운 기술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과정에서 기업 디지털 전환 준비도를 사전에 진단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기술 준비도 평가(Tech Readiness Check)'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의 교육 수준과 기술 역량을 진단하고, 장기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쥘케 박사는 국가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대기업과 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은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하며, 독일의 중소기업 중심 전략을 소개했다. 독일은 2016년부터 전국 25개 거점에 '중소기업 디지털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실습, 맞춤형 기술 컨설팅, 현장 중심의 AI 트레이닝까지 제공하는 구조로, 매년 연장될 만큼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쥘케 박사는 한국 중소 제조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업 간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기업이 혼자 준비하기 어렵다”며 “비슷한 수준의 기업들이 그룹을 만들어 함께 배우고 협력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독일에서는 AI 트레이너의 초기 지원 이후 기업 간 자율적인 정보 교류와 공동 학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쥘케 박사는 “한국과 독일은 결국 같은 수준에 있다. 차이는 한국이 더 빠르다는 것”이라며 “독일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은 기업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인식하면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고 치켜세웠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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