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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매일 뚜껑 여는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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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투자자가 비트코인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이 아니다. 정작 투자자를 흔드는 것은 시세 변화에 대한 과도한 집착, 즉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심리적 조급함’이다.

    비트코인은 희소성에 기반한 전형적인 장기 투자를 요하는 자산임에도, 투자자 스스로 그 장기성을 견디지 못해 실패한다. 비트코인이 투자자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장기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 상황을 부동산 중 가장 익숙한 아파트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차이는 분명해진다. 대부분의 아파트 투자자들은 가격을 수시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수시로 들여다볼 가격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래가 있어야 시세가 드러나고, 통계는 한참 뒤에 발표된다. 즉, 부동산은 ‘시세 공백’을 가진 자산이다. 이 공백이 투자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기다림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스트레스 없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아파트 투자자를 장기 투자자로 만들고, 그 장기투자가 결국 높은 수익률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아파트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이유는 애초에 조급해질 기회가 거의 없는 구조 덕분이다. 가격을 자주 확인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오히려 장기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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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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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비트코인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24시간 365일 가격이 움직이고, 스마트폰만 열어도 실시간으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해외 시장의 작은 뉴스에도 가격이 요동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공포와 탐욕을 순식간에 증폭시킨다. 투자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시세창을 켜고 가격을 들여다본다. ‘뚜껑을 여는’ 행위가 일상이 된 것이다. 그때마다 투자자의 심리도 요동을 친다.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마음이 불안해지고, 불안은 성급한 매도로 이어진다. 이후 가격이 오르면 성급한 매도에 후회가 따르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 못 살까봐 두려워 무모한 매수를 하기도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이익을 내기는커녕 감정의 혼란만 경험하게 된다. 결국 비트코인 투자 실패의 핵심 원인은 변동성이 아니라 변동성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조급함이다. 이는 초우량주식 투자에서도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가 ‘변동성’이 아니라 끝내 인내하지 못한 조급함에서 비롯된다는 점과 정확히 같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비트코인은 70~80%의 폭락을 겪은 적도 있지만, 매 사이클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저점을 꾸준히 높여 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낸 사람들은 시장을 잘 예측한 투자자가 아니라, 단순히 잘 흔들리지 않고 버틴 장기 투자자였다. 단기 등락에 휘둘리지 않고 큰 흐름 속에서 자산을 바라본 이들이 결국 큰 자산가치 상승의 결실을 누렸다.

    1995년 베나르치(Benartzi)와 세일러(Thaler)의 연구는 “자주 보면 더 무서워진다”는 투자심리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시세를 자주 확인할수록 단기 손실이 더 크게 다가오고, 그만큼 ‘근시안적 손실 회피(Myopic Loss Aversion)’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단기 손실에 과도하게 마음이 흔들리면 장기 전략은 쉽게 무너진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투자자를 조급하게 만들고, 결국 필요 없는 매도나 충동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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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데일리DB)


    그렇다면 비트코인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결론은 명확하다. 변동성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조급함을 관리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부동산처럼 다뤄야 한다. 냄비의 뚜껑을 덮어두듯 시세창을 닫고, 확인하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 시세를 자주 볼수록 감정이 흔들리고, 감정이 흔들릴수록 행동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DCA(Dollar Cost Averaging)다. DCA는 일정 금액을 매주, 매월 등 정해진 주기에 맞춰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이, 가격이 낮을 때는 많은 수량이 자동으로 매수되기 때문에 평균 매입 단가의 변동성을 낮추고, 매수 타이밍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인다. 특히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처럼 기계적으로 매수한 비트코인은 시세창을 덜 들여다본 사람일수록 더 큰 장기 상승을 누리게 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다.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통해 공급이 줄어들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금’으로서 위상이 강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확대되고, 미국이 사실상 전략자산으로 지정한 것도 비트코인 미래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바다의 파도처럼 움직이는 단기 변동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뚜껑을 덮으면 참기가 쉽다. 타이밍을 사지 말고 추세를 사는 것, 그것이 비트코인의 투자 원칙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며 필자 역시 투자자의 보편적 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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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전공 석사 △공인회계사·세무사·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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