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저드: 가구' 전시 전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도널드 저드 가구전 전시 전경. 2025.11.29.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0세기 주요 미술 사조 중의 하나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대표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는 1977년 텍사스 마파로 거주지를 옮겼다. 새로운 작업장에서 그는 자신이 사용할 가구를 직접 디자인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침대, 책상, 벤치, 의자, 선반 등 다양한 형태의 목재 가구를 선보였고 이후 구리와 황동, 알루미늄 등 금속으로 소재를 확장했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답게 그의 가구는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직각 형태를 띤다. "가구는 반드시 사용성과 유용성을 지녀야 한다"며 가장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저드의 가구들과 판화, 드로잉을 선보이는 전시 '도널드 저드: 가구'가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저드의 가구가 중심이 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0∼1990년대 사이에 디자인한 나무·금속·합판 소재의 가구 38점을 포함해 판화·드로잉 등 총 100여 점이 공개됐다.

도널드 저드 작 '스퀘어 프레임 테이블 68'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전시 중인 도널드 저드 작 '스퀘어 프레임 테이블 68'과 의자들. 이 책상은 1989년 저드가 디자인하고 처음 만들었던 원본품이다. 2025.11.29. laecorp@yna.co.kr

'스퀘어 프레임 테이블 68'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75㎝인 정육면체 형태의 책상이다. 이 책상은 1989년 저드가 디자인하고 처음 만들었던 원본 품이다. 이를 비롯해 총 5점의 가구가 오리지널이고 나머지는 저드가 만든 디자인대로 새로 만들었다.

'라이브러리 데스크 79'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전시 중인 '라이브러리 데스크 79'. 도널드 저드가 친구인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를 위해 디자인했다.

'라이브러리 데스크 79'는 친구인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를 위해 디자인한 책상이다. 올덴버그는 서울 청계천 광장 앞 소라 모양의 대형 작품 '스프링'을 만든 작가로 유명하다.

나무로 만든 직각형의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아래엔 서랍이 달려있다. 저드가 디자인한 책상 중 유일하게 서랍이 포함된 작품이다. 처음 만든 뒤 이번 전시를 위해 두 번째로 제작됐다.

도널드 저드의 의자들 [현대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의자들도 직각의 형태다. 장식은커녕 팔걸이도 없이 그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하다. 전시장 한 가운데 놓여있는 침대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뉴욕 스튜디오를 재현한 배치다. 헤드도 없고 높이도 30㎝에 불과해 마치 널찍한 매트리스만 놓인 듯하다.

도널드 저드의 판화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전시 중인 도널드 저드의 판화 작품들. 2025.11.29. laecorp@yna.co.kr

저드가 설계도처럼 만든 드로잉들도 전시됐다. 가구를 만들기 전에 그린 것으로 치수나 제작을 위해 필요한 메모들이 적혀 있다. 선명한 색감의 사각형 화면에 창문처럼 흰색 십자 형태가 겹치거나 가로 또는 세로선이 놓인 판화들도 전시장을 채운다.

저드는 생전에 "가구와 예술작품은 구분돼야 하며 가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장 속 그의 의자는 관람객 착석이 금지돼 작가의 실용성 철학을 온전히 체감하긴 어려웠다.

전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

도널드 저드의 드로잉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전시 중인 도널드 저드의 드로잉 작품들. 2025.11.29. laecorp@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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