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제미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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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가 PC방 이용료를 이달 3일부터 15% 인상하기로 하고, 불매운동 매장에 “가맹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한국 시장 전반에서 운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협의 없는 가격 인상, 결제수단 강제 전환, 일부 매장에 대한 접속 제한 가능성이 언급되자 PC방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라이엇게임즈에게 전략적으로 비중이 큽니다. ‘리그오브레전드(LoL)’와 ’발로란트’는 모두 PC방을 기반으로 대중화를 이뤘고, LCK(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를 중심으로 한국은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10대는 모바일 게임으로, 20~30대 이상은 콘솔·개인 고사양 PC로 이동하며 PC방 의존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업계와의 갈등으로 라이엇게임즈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KIPC)에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요금을 약 15% 인상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달 3일부터 LoL·발로란트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며, 300시간 상품은 6만9900원에서 8만600원(15.4%)으로, 700시간 상품은 15만9600원에서 18만4000원으로 오릅니다. 라이엇은 “서버·인프라 운영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는 “혜택 개선 없이 비용만 올렸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PC게임패스·네이버플러스 등 외부 채널에서 유사 혜택을 판매하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PC방 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매장당 월 30만~35만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국내 PC방 수는 2019년 1만1801곳에서 2024년 7243곳으로 40% 가까이 줄었고, 실제 영업 매장은 6500곳 이하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침체된 업황에서 라이엇의 요금 인상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업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지적입니다.
불매운동도 확산되는 흐름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불매 참여 매장이 “가맹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방침이고, 협동조합은 이를 “독점 기업의 압박”으로 규정하며 공정위 제소와 국회를 통한 대응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업계는 PC방이 신규 유입과 입소문 확산, 친구 단위 플레이가 이뤄지는 핵심 채널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갈등이 국내 이용자 기반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롤 파크 내부에 위치한 PC방 전경./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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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 게임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라이엇게임즈의 조치가 성급했다고 지적합니다. 최은경 한신대 e스포츠융합대학원 교수는 “라이엇게임즈의 15% 인상은 한국 PC방 요금 구조와 규제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PC방이 없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충성 유저와 오프라인 접점이 강한 생태계인데, 이를 간과하면 업주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LoL의 한국 PC방 점유율은 한때 40~50%대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30%대 중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발로란트 역시 지난해 점유율이 10%를 바라보다 현재는 5%대로 하락했습니다. LoL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도 2022년 약 1억8000만명에서 올해 1억2000만명대로 떨어지면서 성장 둔화가 확인됩니다.
운영·관리 리스크도 누적되고 있습니다. LoL은 매치메이킹(MMR) 공정성 논란, 트롤링·욕설·부계정 문제 등이 지속됐으며 올해는 진영에 따라 챔피언 대미지가 다르게 계산되는 버그가 약 11년간 방치됐던 사실이 드러나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발로란트도 핵·부계정 문제와 함께 경쟁작(CS2) 등장 이후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 구조 측면에서도 불안 요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전체 인력의 약 11%(530명)를 감축했으며, 외부 협업 프로젝트였던 ‘라이엇 포지(Riot Forge)’를 중단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장기간 개발해온 샌드박스 게임 ‘하이테일’마저 정리하면서 신규 프로젝트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핵심 프로젝트에 집중하려는 전략이지만, 신규 성장 동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 교수는 “LoL은 한국 선수층과 e스포츠 생태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종목으로, 유통 파트너를 압박하거나 비용 부담을 전가하면 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한국 유저는 피드백이 빠르고 이탈도 빠른 만큼 환경이 흔들리면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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