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성 만난다는 사실에 흉기 살해
피해 여성, 실종 44일만에 시신 발견돼
피의자, 수년간 기부하며 지역 활동한 ‘재력가’로 알려져
범행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업무 등 ‘사이코패스’ 기질 다분
지난 26일 전 연인인 장기 실종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충북 진천군의 한 식당에서 긴급 체포된 50대 김모씨. 오른쪽은 실종된 여성의 SUV가 충북 충주시 목벌동의 충주호에서 인양되는 모습.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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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실종여성 살인범 김모(54)씨는 흉기로 전 연인 A씨(50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싣고 다니며 하루 동안 태연하게 회사 업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1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 14일 A씨 집 앞에서 A씨를 만났다.
김씨가 당일 A씨를 찾아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씨는 사전 약속을 하지 않고 A씨가 귀가하기를 무작정 기다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전 연인이었던 A씨는 과거 김씨의 회사에 입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오후 6시 10분쯤 회사에서 귀가한 A씨의 차량(SUV)에 탑승했고, SUV는 진천군 문백면의 한 노상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한 뒤 SUV 안에서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김씨가 오후 9∼11시 사이 흉기를 10여차례 휘둘러 A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이후 A씨 시신과 흉기를 실은 채 직접 차를 몰아 밤새 초평저수지와 옥성저수지를 비롯한 청주와 진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경찰에 이곳 어딘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장소를 기억하지 못해 아직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흉기를 버린 뒤에는 시신을 자신의 차에 옮겨 실었고, 날이 밝을 무렵 귀가한 직후 옷만 갈아입고는 곧바로 다시 이 차량을 몰고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군의 폐수처리업체로 출근해 거래처를 돌아다니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
이후 오후 6시∼8시 사이 회사에서 퇴근한 김씨는 그 길로 자신의 거래처 중 한 곳인 음성군의 한 업체로 차를 몰아 마대에 담긴 시신을 이곳에 있는 오폐수처리조 내 펌프에 밧줄로 묶어 유기했다.
살해 흔적이 남은 A씨의 SUV는 거래처에 옮겨 놓은 뒤 천막으로 덮어 숨겼다.
그러면서 거래처 업주에는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과 차량을 감쪽같이 숨겨놨던 김씨는 경찰이 자신의 거래처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지난달 24일 충주시 소재 충주호에 차량을 유기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검거 초기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살해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등 여러 증거를 제시하자 그제야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포착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잔혹하다고 판단해 전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를 진행했으며,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진천 일대에서 ‘재력가’로 통하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진천에서 폐수처리시설 업체를 운영하며 2023년 지역 장학회에 300만 원, 2024년 500만 원을 기탁하는 등 최근 수년간 장학사업과 기부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에도 장학금과 고향사랑기부금을 추가로 내고 복지센터에 백미를 전달해 취약계층 지원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공공기관과 취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사회복귀 지원 활동에도 동참했다.
지역에서는 김씨를 ‘사업은 단단하게 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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